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세종청사와 영상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8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후 문재인 정부 내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고용부진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7월 15~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가 7만명이 줄었는데, 일자리는 15만 개 가까이 줄었다. 구조적 원인만으로 설명 어려운 부분”이라며 “일부 정책에서 의도와 방향은 맞지만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최저임금”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소득주도성장이 가야하는 것은 분명 최저임금도 올라야 맞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나온 여러 가지 현상과 분석, 시장의 수용성, 정부의 정책방향과 정책이 시장과 기업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또 최저임금 속도조절 논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시장과 기업, 현장에서 애로 이야기하는 정책은 짚어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당, 청에 이야기해서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답했다. 다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서는 “내년 인상은 결정된 것이라 불가역적”이라며 “이후 방향에 대해서는 시장과 기업 애로를 조금 더 귀담아듣고 조정할 수 있는지 볼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KDI는 지난 11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격하게 위축된 것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라며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제를 비롯한 정책들의 여파가 단기적으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고용동향에서 내심 개선된 지표를 기대했던 정부의 바램과는 달리 저조한 성적표가 나오면서 정부내 주요 경제관계자들 사이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인정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한다면 당장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정책도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이 어렵게 됐다고 고백했다”며 “그 고백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리는 “"최저임금이 중요한 일부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통해) 가계지출이 감소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들도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부총리의 시장과 기업 타령에 정부 정책의 근간만 흔들리고 있다”며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단정적으로 지목할 근거가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관련 발언이 국민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며 “기업의 민원창구를 넘어 이제 아예 X맨이 된 것 아닌가 의심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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