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특별사절단의 방북 결과가 발표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착국면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내 안보전문가들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조언을 내놓고 있지만, 핵심은 ‘평화협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함으로서 확실한 협상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이끌어낼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증거 없이 평화협정서에 서명부터 하는 것은 또 다시 북한에게 기만당하는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카지아니스 “트럼프, 노벨상 탈 기회 아직 남아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의 의회전문매체 더힐(The Hill)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남북은 공식적으로 65년간 이어진 갈등을 끝내기를 열망해왔다. 그것은 또한 북한이 한·미 양국을 신뢰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특별히 요구했던 조치”라며 “평화협정은 김정은 위원장이 장기적인 비핵화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정치적 명분이 되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평화협정이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그는 “평화협정은 큰 실수라고 주장할 수 있다”며 “(평화협정은) 핵무기를 계속 생산 중인 북한에게 외교적으로 양보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북한의 약속은 항상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워싱턴과 서울 또한 북한이 체제에 대한 위협이 없다고 안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설령 북한이 평화협정 이후 비핵화 절차를 중단하더라도 국제사회로부터 한국과 미국은 할 만큼 했다는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차후 다른 방향의 대북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이는 중요한 외교적 명분이 될 수 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유 중인 핵무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이 당장 내일 모든 핵무기를 넘겨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적어도 보유 중인 핵물질 및 미사일의 목록만이라도 제공한다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설령 목록에서 핵물질 및 미사일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더라고, 전체 무기보유량을 추정할 정도의 정보가 포함된다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지아니스는 이어 “트럼프가 카드를 올바르게 사용만 한다면,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엄청난 외교적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라며 “그가 간절히 원했던 노벨상을 수상하며 임기를 마무리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칼럼. <사진=포린어페어스 홈페이지 갈무리>

◇ 크리스토퍼 힐, “다자간 협상과 압박전략 필요해”

반면 6자회담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5일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미국은 새로운 대북전략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고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없이 지나치게 양보한 것이 현 교착국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정상회담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이 납득할만한 일정에 따라 핵 프로그램을 파기할 준비가 됐다는 증거는 희박하다”며 “북한은 대신 비핵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질리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요구하는 그 ‘증거’가 바로 평화협정, 또는 대사관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통한 북미관계의 정상화라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평화협정이 차후 주한미군 철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조치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정책 중단의 증거를 보여 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진지한 논의 없이 승낙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며 북한의 요구에 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힐 차관보는 비핵화 협상 성과가 불분명해지자 북한이 ‘평화협정’이라는 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며, 오히려 과거의 최대 압박 캠페인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힐 차관보는 일방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한 후 주변국에 사후 설명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존 방식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한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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