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출간 예정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의 표지.

[이코리아]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 전 편집국장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파헤친 신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의 내용 일부가 WP, CNN 등을 통해 공개됐다. 특히 ‘피어’에는 주한미군, 북한문제, 한미 FTA 등 한국과 연관된 위험한 순간들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모은다.

WP, CNN 등 외신들은 4일(현지시간)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의 내용 일부를 발췌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 내부에서 일어난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파헤친 ‘피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정책 결정으로 진땀을 흘렸던 트럼프 내각 구성원들의 고뇌가 흥미롭게 서술돼있다.

‘공포’에 서술된 한국 관련 내용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비핵화 협상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취임 초기부터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반복하며 군사옵션을 거론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언론과 전문가들은 협상을 유리하기 이끌기 위한 트럼프 특유의 협상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취임 한 달 후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계획 수립을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문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일대일 대결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가 공개한 발췌부분에는 북미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지난해 가을 트럼프 대통령이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에게 “이것은 지도자 대 지도자, 남자 대 남자, 나와 김정은의 대결이다”라고 말한 사실이 적혀있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북한문제를 지도자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 ‘로켓맨’, ‘완전한 파괴’, ‘화염과 분노’ 등 즉흥적인 발언으로 트럼프 정부 내 안보전문가들을 긴장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7초 내에 감지할 수 있는 특수정보팀을 포함한 주한미군 전체의 주둔 비용을 왜 미국 정부가 계속 지불해야 되는지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득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실질적인 주한미군 철수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드워드는 “매티스 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분노와 불안감에 휩싸였으며, 측근에게 ‘대통령이 마치 5~6학년생(만 10~12세) 같이 굴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파기를 결정했다가 보좌진의 기지로 무산됐다는 사실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를 파기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작성해 책상 위에 올려뒀으나, 게리 콘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를 발견하고 몰래 훔쳐서 없애버렸다는 것. 우드워드에 따르면, 콘 전 위원장은 이후 측근에게 “국가안보를 위해 그 편지를 없애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고백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한 밥 우드워드. <사진=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정책 결정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 연관된 대외정책에서도 반복됐다. 2017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포터 전 비서관에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파기하겠다는 편지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심각한 경제·외교적 갈등을 우려한 포터 전 비서관은 콘 전 위원장을 만나 고민을 토로하며 “이 상황을 멈출 수 없다. 트럼프의 책상에서 편지를 치워버려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터 전 비서관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도 “내 세 번째 업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그게 좋지 않은 생각이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하자 매티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그놈을 죽여버리자”며 암살작전을 지시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곧 작전에 착수하겠다고 대답한 뒤, 고위 보좌관에게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안보팀은 재래식 공습작전 계획을 제안해 트럼프 대통령을 겨우 설득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정책결정으로 인해 곤란을 겪어온 백악관 관계자들은 우드워드에게 깊은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존 켈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그(트럼프)는 바보다. 그를 설득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며 “그는 궤도를 벗어났다. 우리는 미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는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일은 내가 맡았던 일 중 최악”이라고 털어놓았다.

트럼프 정부 핵심관계자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된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는 오는 11일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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