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 15일 오후 9시3분 경 김경수 경남지사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댓글조작 공모를 통한 포털사이트 업무방해 혐의다.

특검의 영장 청구는 예상밖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조계 안팎에선 김 지사가 현직 도지사인데다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낮아 영장 청구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 때문,  하지만 특검팀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킹크랩) 사용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정황이 있다며 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 특검팀, 김 지사 ‘킹크랩’ 시연회 참관 확신

특검팀이 영장 청구 사유로 제시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지난 2016년 11월9일 김 지사가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해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해당 프로그램 사용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루킹’ 김씨의 공범인 ‘둘리’ 우모씨, ‘서유기’ 박모씨, '솔본아르타' 양모씨 등을 소환해 김 지사가 이날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킹크랩 시연 과정을 지켜봤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김 지사가 도착한 시각이나 앉은 자리, 제스쳐 등에 대한 3인의 진술이 일치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검은 또한 경공모 측이 작성한 ‘20161109 온라인 정보보고’라는 문서가 이날 시연회에서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방법을 브리핑하기 위해 준비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입수한 이 문서에는 드루킹이 이끄는 단체 ‘경인선’에 대한 소개와 킹크랩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특검은 김 지사가 시연회에 참석해 문서의 뒷부분에 적힌 킹크랩 관련 부분을 확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김 지사는 문서의 앞부분만 확인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시연 당시 사용된 킹크랩의 초기 버전을 다시 제작해 구동한 결과 일반인도 쉽게 댓글조작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영장 발부 가능성은?

다수 법조계 인사들은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특검의 핵심 청구 사유인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에 대한 확실한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 현재 특검은 ‘드루킹’ 김씨의 공범인 우모씨, 박모씨, 양모씨 등의 진술에만 의존한 상태다.

하지만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 김씨는 자신과 김 지사가 독대한 자리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주장해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5월 작성한 옥중 편지에서 “현재 구속돼 있는 여러 명이 목격했으므로 (김 지사는) 발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모씨, 박모씨 등과 동일한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9일 김 지사와의 대질 신문에서 여러 명이 모인 자리가 아닌 독대한 자리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만약 특검팀이 공범 3인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영장을 청구했다면 사건의 핵심 인물인 ‘드루킹’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 된다.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관을 주장하는 진술들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드루킹’ 김씨의 진술을 배제한 영장 청구가 법원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또한 김 지사가 김씨에게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며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이번 영장에서 빠졌다. 법조계에서는 김씨가 김 지사와의 대질신문 중 일부 진술을 번복한데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소환 조사에서도 혐의를 입증할만한 진술을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굳이 입증이 어려운 혐의를 추가해 영장 기각 가능성을 높이기 보다는 댓글조작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것.

◇ 김 지사 영장 청구 놓고 여야 공방

한편 김 지사는 특검의 영장 청구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 김 지사는 16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특검이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는 기대가 무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어려운 경남 경제와 민생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며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여야 또한 특검의 결정에 대해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허 특검은 시종일관 드루킹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해 무리한 수사를 벌여왔고, 확인되지 않은 수사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정치적 갈등만 조장해왔다”며 “김 지사는 처음부터 스스로 특검을 제안하고, 특검이 요구하는 어떤 형태의 조사나 수사에도 성실히 임해왔다. 그런 김 지사를 상대로 허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무리수”라고 강도높게 특검팀을 비난했다.

한창민 정의당 부대표 또한 이날 국회 상무위원회에서 “(특검의) 구속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목적과 좌표를 잃어버린 특검은 이미 특검이 아니다. 허익범 특검팀은 특검을 특검하라는 국민적 비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직접 보고 사용을 승인했다는 일관된 증언이 있었음에도 계속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은폐 의혹마저 있는 상황에서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특검 결정을 두둔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은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정치 특검이니 편파 특검이니 하며 특검을 더욱 거세게 비난하고 압박했고 ‘촛불 국민의 심판’까지 운운했다”며 “자신들이 불리해지자 촛불국민을 앞세우는 것은 민주당이 그토록 자랑하는 촛불민심을 기만하고 촛불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 또한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지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대한 기대가 무리였다며 특검의 정당한 활동을 폄훼했으며, 법원에 구속영장 기각을 압박하는 발언까지 했다”고 비판하며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힐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법원의 책임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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