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열린 KBO 총재 퇴임식에 참석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지난 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구 회장은 아들인 구광모 LG그룹 신임 회장의 승계과정을 돕는 과정에서 수억 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 초점도 이 부분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구 회장이 지난해 LG상사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거래방식을 위장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는 것. 구 회장은 직접적인 행위자는 아니지만 주식을 처분한 행위자와 함께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양벌규정에 따라 국세청 고발 명단에 포함됐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보유 중인 LG상사 주식 64만2766주(1.66%)를 ㈜LG에 전량 매각해 약 2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구 회장이 대주주·특수관계인이 주식 거래시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일반 투자자인 것처럼 위장해 보유 지분을 처리한 것인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의 구 회장 조사는  지난 6월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며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구광모 회장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본능 회장은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지난 2004년 고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하며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이후, 아들의 승계작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차례 보유 중인 LG 및 희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거래해왔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지난해 LG상사 주식을 매각한 것도 구광모 신임 회장의 LG 지분 확보를 위해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능 회장은 이전에도 보유 지분을 여러 차례 정리하며 실탄을 보충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희성금속 지분 28%와 희성정밀 지분 43.32%를 구본식 부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삼보이엔씨에 매각하며 약 1329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 2014년 말에도 구본능 회장은 보유 중인 ㈜LG 지분 5.13%중 1.1%(190만주)를 구광모 회장에게 무상증여한 바 있다. 당시 약 4.7% ㈜LG 지분을 가지고 있던 구광모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분 덕에 구본무 회장·구본준 부회장에 이어 ㈜LG의 3대 주주가 됐다. 

현재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은 6.24%로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 중 약 1.49%(시가 기준 약 1900억원 규모)만 물려받으면 구본준 부회장(7.72%)을 넘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 이미 구본능 회장이 상당한 재원을 비축해둔 만큼 지분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본능 회장의 아들사랑이 ‘탈세’ 혐의와 엮이면서 구광모 회장의 원활한 승계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5월 ㈜LG 재무팀 등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회계 장부 및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바 있어 수사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LG 오너 일가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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