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며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에 답장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ICBM 개발설, 핵물질 증산설 등으로 답보상태인 북미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오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서한을 전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답장을 썼으며, 빠른 시일 내에 전달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답장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서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두 정상은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고 미군 유해를 송환한 것에 대해 감사한다. 멋진 편지도 고맙다. 다시 볼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에 적힌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양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서한을 주고받은 것은 의미가 크다. 미국 언론들은 그동안 북미협상의 더딘 진전을 비판하며 북한의 진짜 목적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으나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북한의 ICBM 제조 의혹을 최초 보도했던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북미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며 북미 정상 간의 호의적인 대화가 “(양국의) 긴장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그나티우스는 북한이 매년 7월 27일을 “미국이 이끄는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패퇴시킨 날로 기념해왔으나 올해에는 ‘미국’을 뺀 채 ‘제국주의자’라는 표현만 사용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작은 표현의 차이지만 양국 관계의 커다란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는 것.

이그나티우스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동력은 남북 간의 접촉에서 나온 것”이라며 최근 남북 고위급 장성 회담 등 한국의 노력이 분위기 전환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이그나티우스는 이어 “남북 간의 소통이 비핵화 논의를 도울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조윤제 주미대사의 발언을 언급하며 “평양에서 워싱턴까지의 경로는 서울을 통과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얼어붙은 외교 관계 속에서 두 정상의 친밀감을 보여주는 새로운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양국 정부 간의 따뜻한 분위기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논의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양측 간에는 근본적인 분열이 남아있다”며 “북한은 제재 해제와 평화 조약 등을 포함한 양국 관계의 진전이 있을 경우에만 점진적인 비핵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관계 정상화 및 평화체제의 우선순위를 낮춘 채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고 곧 만나자’고 답했다”며 김 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유해 송환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CNN은 “우리는 오늘 한반도 평화 달성을 위한 확실한 진전을 보고 있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북한의 유해 송환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커다란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CNN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핵물질 생산을 인정한 사실을 지적하며, 2차 북미회담 등 추가 행보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샌더스 대변인은 양국 정상 간의 추가 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2차 북미회담 논의에 대해서는 열려있지만,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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