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 <사진=뉴시스>

[이코리아]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이 점차 송영무 국방장관과 기무사령부 간의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문건 작성 책임자 규명과 기무사 개혁이라는 핵심을 제쳐두고 부차적인 문제로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것에 반감을 표하고 있다.

지난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세상에 밝혀진 기무사의 계엄령 시행계획은 지난 23일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국회와 언론을 통제하고 광화문에 장갑차를 투입해 집회를 진압하겠다는 계획은 과거 12·12 군사정변을 연상케 하는 것이어서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하지만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여론의 관심이 일제히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집중됐다. 이석구 기무사령관과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의 진술과 송 장관의 주장이 엇갈렸기 때문. 문건을 놔두고 가라고 지시한 뒤 나중에 혼자 확인했다는 송 장관 주장과는 달리, 이 사령관은 “사태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의 충분한 시간 동안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민 대령은 송 장관이 “위수령은 문제 될 것 없다”며 문건의 위험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해당 발언에 대한 메모를 바탕으로 작성한 폭로 문건을 제출하기도 했다.

기무사 간부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언론 보도도 주로 양측의 진실공방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국방위에 출석한 기무사 간부들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윗선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이라며 핵심 정보를 공개했지만, 언론과 여론의 관심은 여전히 송 장관에게 쏠렸다. 실제로 지난 24일 국방위 회의 이후 한 전 장관에 대한 주요 일간지 보도는 29건인 반면, 송 장관 관련 기사는 111건이다. 문건 작성과 관련된 핵심인물에 대한 관심보다 계엄문건 보고 과정의 소란에 관심이 집중된 셈이다.

현직 군인들의 계엄시행계획 모의라는 위중한 사태에 대한 논의가 송 장관과 기무사 간의 진실공방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 장관이 해당 문건 보고를 정무적으로 늦춘 것인지 고의적으로 누락한 것인지보다, 문건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의도로 작성됐으며 실제 시행 가능성은 어느 정도였는지가 사태의 핵심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기무사가 개혁 의지가 확고한 송 장관에게 여론을 집중시켜 군 개혁 이슈를 묻으려는 ‘물타기’ 전략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는 26일 YTN 인터뷰에서 민 대령이 송 장관의 발언을 메모해 작성한 폭로 문건에 대해 “국방부의 제3자가 녹취를 해서 제공한 거라면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그게 아니라 조직의 이해관계 때문에 저항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기무사에서 만든 문건”이라며 “그래서 혹시 이것이 본질을 비껴나가서 기무사에 대한 개혁을 희석하려는, 그러니까 일종의 송영무 장관 흔들기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송 장관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기무사 간부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정권이 바뀌자 전역해 미국으로 출국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나, 국회에 불려 나온 자리에 양심고백이란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공개 하극상을 연출하고 있는 기무사 참모장이나, 우리 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유신부활 시도와 행동대장으로 나선 기무사. 이것이 사건의 본질인데, 기무사와 송영무 국방부장관 간의 진실공방, 신경전으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루킹 특검, 협치내각 문제로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송 장관에게 의혹을 제기한 기무사 간부들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서 기무사령관과 현역 대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대드는 하극상이 연출됐다”며 “하극상 기무사령관부터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합동수사단의 철저한 수사가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또한 기무사 개혁에 대해서도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기무사 개혁 TF에 구체적인 개혁안 제출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진실공방 논란 중인 송 장관에 대해서는 “송영무 국방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며 “기무사개혁 TF 보고 뒤 그 책임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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