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당시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관련 문건들이 담긴 USB 1개를 발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22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행정처 자료를 별도로 옮겨 저장해 놓은 USB를 21일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으며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USB에는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이미 공개한 410건의 문건 외에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범죄 혐의가 있는 문건이 다수 저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USB를 임 전 차장의 사무실 직원 가방에서 찾아냈으며, 임 전 차장 또한 자신의 USB라고 시인한 상태다.

임 전 차장의 USB는 사법농단 의혹 주요 관련자에 대한 강제수사가 막힌 상황에서 검찰의 유일한 실마리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일선 판사들과 양 전 대법원장 및 당시 사법부 수뇌부 간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규진 전 상임위원·김민수 전 기획심의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임 전 차장을 제외하고 모두 영장을 기각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임 전 차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중요 문건을 발견하게 되면서 오히려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향신문이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과거 업무용 컴퓨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유정 변호사 전관 로비 사건’과 관련된 문건 또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유정 전관 로비 사건은 최 변호사가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해주겠다”며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 등에게 접근해 약 10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사건이다. 최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2심 선고 형량보다 6개월 감형된 징역 5년6개월과 추징금 43억1250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문건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지난 2016년 최유정 변호사, 브로커 이동찬씨, 김수천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에 대해 검찰이 요구한 압수수색 및 통신조회, 체포영장 내용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이 문건에는 최 변호사 및 피의자·참고인 진술 내용, 증거관계, 사건 관련 판사 동향, 향후 파장 등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예규에 따르면 대법원이 중요 사건과 관련된 보고를 받을 수 있지만, 그 내용은 사건 요지 및 공소장·판결문 등으로 제한된다. 작성 주체 또한 판사가 아닌 주무과장이다. 반면 이 문건은 신 전 판사가 직접 작성했으며 영장의 세부 내용까지 담겨있다. 검찰은 이 문건이 최유정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고 김수천 전 판사를 보호하기 위해 대법원이 영향력을 행사하려한 정황을 입증하는 단서로 보고 있다.

검찰이 임 전 차장 압수수색으로 USB 및 최유정 사건 관련 문건 등을 확보함에 따라 사법농단 수사 또한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들이 박 전 처장 및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범죄 사실을 입증할 공소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 압수수색으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 된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으로 다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임 전 차장에 대한 ‘꼬리자르기’로 사건이 마무리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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