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1심 선고에서 승소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법원이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주요 정당들도 법원 판결에 대해 일제히 논평을 내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유독 침묵을 지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상현)은 19일 전명선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355명이 대한민국과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희생자 1명당 위자로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사회적 영향이 중대하고 광범위하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예방할 필요성이 크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 환영

주요 정당은 법원 발표 이후 일제히 재판부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법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더불어민주당은 깊이 존중한다”며 “이번 국가배상 판결은 정권안보를 위해 유가족들을 보상금으로 희롱하고 그게 안 되면 유가족들을 정치공작으로 분열시키고 모욕하려는 못된 이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정권의 부도덕성과 무능력에 대해 철퇴를 내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 또한 이날 논평을 내고 “세월호 피해자 유족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을 적극적으로 지키지 못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세월호 사고가 품고있는 우리의 비극”이라며 “정부는 오늘의 판결을 국가의 부실했던 초기대응과 대응체제,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한 안전불감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주문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땅하고도 당연한 판결”이라며 “기나긴 싸움에 지친 세월호 유족들에게 이번 판결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이어 “오늘 판결은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아주 당연한 의무를 확인한 것”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확인한 만큼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려 국민이 숨져가도록 방조한 큰 죄를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유한국당, 최종 판결까지 공식 입장 자제

반면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판결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입장은 내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 검찰의 ‘숨겨진 7시간’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7시간을 두고 난무했던 주장들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한 바 있다. 세월호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당시 한국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당론과 반대되는 판결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는 한국당이 세월호 판결에 대해 옹호도 반대도 하기 어려운 곤란한 입장에 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가책임을 부정해온 한국당이 입장을 바꿔 판결을 지지할 경우 기존 지지층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 반면 세월호 판결에 대해 비판적인 논평을 낼 경우 유가족을 지지하는 일반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소속 의원들의 세월호 관련 ‘막말’ 논란으로 여러 차례 비난 여론을 자초한 바 있다. 안상수 의원은 지난 1월 “세월호 같은 교통사고에도 5000억원을 지출한 나라”라며 해당 사태에 국가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유가족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정진석 의원 또한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를 두고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다”고 비유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발생한 재해, 사고 등에 대해서는 세월호에 빗대어 비난하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을 찾아 “세월호와 똑같은 사건이다. 현장에 출동한 지휘관이 몸 사리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으니 이런 참사가 일어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세월호 참사 때도 초기대응 실패와 현장 지휘책임자의 무능이 엄청난 참사를 일으켰듯이, 이번 제천 화재 참사 역시 초기 대응실패와 현장 지휘책임자의 무능이 빚어낸 똑같은 참사”라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국가 배상 책임에 대해 부정적인 논평을 내놓을 경우 과거 발언에 대한 논란도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는 함구하는 방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결국 사안에 따라 국가책임에 대한 입장을 바꿔온 과거 행보와 유가족에 대한 '막말' 논란이 한국당 입장에서는 자충수로 작용하게 됐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