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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구글 끼워팔기에 5조7천억원 과징금 부과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07.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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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사진=포브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유럽연합(EU)이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역대 최대 규모인 43억4000만 유로(약 5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EU의 결정이 모바일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자사 검색엔진의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다"고 발표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이어 “구글의 행위는 경쟁업체들에게 혁신과 경쟁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며 “유럽 소비자들이 모바일에서의 효과적 경쟁을 통해 혜택을 누리는 것을 막았다”고 강조했다.

EU가 구글에게 역대 최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할 때 구글이 개발한 다른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함께 설치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사용되는 모바일기기 중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약 80%. 구글은 이 같은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려면 구글의 검색용 앱 및 브라우저 앱(크롬)을 함께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014년 공개된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엄체 간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유통 협약’(MADA)에는 이러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다. 해당 협약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구글이 승인한 모든 구글 앱을 스마트폰에 사전 탑재(pre-installed)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스마트폰을 판매할 수 없다. 검색엔진 또한 구글 검색 앱을 기본으로 설정해야 한다. 구글 플레이와 검색 앱을 홈 화면에 배치하고, 스마트폰의 모든 바탕화면 페이지에 구글 앱이 최소 하나씩은 노출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물론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구글과 MADA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안드로이드’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어 마케팅 경쟁에서의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탄탄한 자체 생태계를 보유한 아마존의 경우, 자사 모바일 기기에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만, 구글과 MADA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존과 달리 자체 생태계를 갖추지 못한 제조사들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구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글은 구글 검색 앱을 독점적으로 사전 탑재한 제조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EU는 구글의 이러한 행태로 인해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저해된다고 판단해 역사적인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과징금은 지난해 6월 EU가 구글이 자사 쇼핑서비스에 유리하도록 웹검색 결과를 노출시켰다는 혐의로 부과한 24억 유로의 과징금의 두 배에 가까운 액수다.

EU의 결정은 남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자사 앱을 ‘끼워팔기’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지난 2011년에는 국내 양대 포털업체인 NHN(네이버)과 다음(현 카카오)이 구글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하기도 했다. 당시 양 사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구글 검색 앱을 선탑재하고 국내 회사의 검색 프로그램은 배제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년 뒤인 2013년, 구글의 시장점율이 선탑재 이후에도 10% 수준인데다 소비자가 네이버와 다음 검색 앱을 쉽게 설치할 수 있어 경쟁이 제한됐다고 볼 수 없다며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측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자 재검토에 착수했지만, 1년 10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못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EU가 사상 초유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데다, 과거에 비해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상승한 만큼 공정위 재조사에서 구글에 불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국외기업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국내 게임사를 대상으로 모바일 게임 유통 관련 공정거래 실태조사에서 구글이 자사 앱마켓에 등록된 모바일 게임을 타사 앱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요구했는지 확인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또한 지난 6월 “국내기업과 국외기업을 가리지 않고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 가장 대표적인 두 기업은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해 구글·애플 등 대형 해외 기업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구글의 끼워팔기에 대해 EU가 내린 결정이 국내에서도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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