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 보름 이상 고립됐다가 생환한 13명의 축구팀 소년들과 코치가 18(현지시간)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 '더 네이션' 등 태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12명의 소년들과 코치는 이날 붉은 멧돼지가 인쇄된 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밝은 얼굴로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엑까뽄 찬따웡(25) 코치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23일 한 시간만 머물다 나올 생각으로 동굴에 들어갔으나 통로에 물이 빠르게 차오르면서 나갈 길이 막혔다. 한 소년은 “동굴에 갇혔을 때 제일 먼저 집에 가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겁났다”고 말했다. 

그들은 동굴 안에서 열흘 가까이 물로만 배를 채웠으며 순서를 정해 땅을 팠다. 엑까뽄 코치는 “동굴 안에 들어갔을 때 음식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고, 다른 소년은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만 마셨다”고 설명했다. 코치는 땅굴을 판 것과 관련해 “탈출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무언가 할 일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고립된 지 열흘 만에 영국 잠수전문가들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구조대와 영어로 대화해 주목을 받았던 미얀마 출신 난민 아둔 삼온은 “영국에서 온 사람이 우리를 구하러 왔다니 믿을 수가 없었고 놀랐다”고 말했다.

또 엑까뽄 코치는 “알려진 것과 달리 우리 팀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영을 할 줄 안다. 처음 물이 차올랐을 때도 수영을 해 둔덕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첫 구조 작전 때 모두가 다 건강한 편이었다. 먼저 나가고 싶은 사람은 말하라고 했으나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소년들은 자신들을 구하려다 사망한 태국 전직 네이비실 잠수부 사만 쿠난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장래희망에 대한 질문에선 축구팀 멤버들답게 “프로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어떤 소년들은 “네이비실 대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만 쿠난의 희생에 감사하는 뜻에서 일정 기간 승려로 지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는 자발적으로 단기간 승려 생활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동굴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볶음밥”이라고 답한 이들은 기자회견 후 가족의 품으로 안겼다. 의료진은 “치료 기간 아이들의 몸무게가 3㎏가량 늘었고 혈액검사 결과도 좋다”고 말했다.

소년들은 곧바로 일상생활로 돌아가며, 이후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 치앙라이주 정부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향후 아이들은 물론 가족도 일절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생환자와 가족의 생활을 방해할 경우 아동보호법에 따라 기소될 수 있다고 언론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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