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휴일이면 산에 가는 것은 거기에 건강한 식생을 가진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늘 자연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최대한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게 정원의 시작이다. 그래서 자연을 Nature 라고 한다면 정원은 Second nature 라고도 부른다. 정원은 자연과 교감하는 채널이다. 정원가꾸기를 한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정원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계절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연중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지 하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여름은 해바라기와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매년 그자리에서 여름을 알리는 전령이다.

식물도 폭염에 힘들다

며칠 가뭄이 계속되면서 밖에 나가면 금방이라도 익을 것 같은 무더위와 폭염이 지속된다. 사람도 힘들고 지치지만 식물들도 많이 힘들어한다. 가뭄이 계속되는데도 꽃담원 경사면에 심은 핑크뮬리는 큰 키 덕분에 잡초들과 어울려 그런 데로 버티며 살고 있다. 한발이 극심할 때 풀을 뽑아주면 토양 표면이 노출되어 수분증발이 심해지면서 결국 화초 생장에 영향을 준다. 이럴 땐 적과의 동침이랄까 풀을 뽑지 말고 함께 견디게 하는 것이 좋다. 7월초 백합꽃이 한창 피면서 꽃담원 안을 향기로 기득 채우더니 지금은 범부채, 프록스, 사계코스모스, 톱풀, 버베나, 에키나시아가 한창 피고 있고 개울가 줄지은 배롱나무도 특유의 분홍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꽃담원의 7월 정원은 백합의 계절이다.

정원에 심을 꽃, 12가지 키워드

12가지 특성

핵심 고려사항

환경 저항성

내정원에서 추위나 더위에 가뭄 및 병해충에 견딜 수 있는 정도를 체크한다

비율과 조합

교목과 관목, 상록과 낙엽, 침엽과 활엽, 목본과 초본, 계절성을 고려한다

겨울정원 고려

열매, 수피 등 겨울에도 볼 수 있는 형태여야 하고 상록성인 것도 적절히 포함한다

광적응성 구분

볕을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양지, 음지, 반음지에 해당하는 곳에 식재한다

크기와 형태

다 자랐을 때의 키나 폭을 고려하여 식재한다

잎색과 질감

계절성, 조망점에서 가까운 곳은 고운 질감, 먼 곳은 거친 질감을 배치한다

생장속도나 습성

빨리 자라는 속성수(형태변화 큼), 늦게 자라는 치밀수(변화 미흡), 포복형, 덩굴성

주 관상대상

즐기는 대상이 꽃, 잎, 열매, 수피 등을 생각하여 연중 볼거리가 있도록 배치

개화 특성

꽃이 피는 시기, 총개화기간, 동시에 꽃이 피는 정도, 꽃이 달리는 위치도 고려

집조와 피조

새를 부르는 열매나 무관심한 열매(새가 좋아하면 겨울엔 볼거리가 없다)

확보 용이성

고가식물이 다 좋은 건 아님, 향토수종 유리, 야생화도 전문생산 농가들이 많다.

테마나 상징

특정속 식물에 포커싱(국야가든/ 자생국화류만으로 정원 조성), 정원의 상징성

정원에 심을 식물은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중심으로 심게 되겠지만 정원의 자연환경, 식물의 생육특성, 주 관상부위 및 기간, 테마나 상징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 기준은 아래의 도표를 참고하자.

식물을 잘 모르는 경우, 성별로 거기에 해당하는 식물을 골라 배치하면 큰 비용 없이도 내가 원하는 식물들을 구해 가꿔나갈 수 있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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