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은 200권 이상 쏟아져 나왔다. 제4차산업혁명은 대선후보와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집에도 언급되고, 행정부와 국회도 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외국의 언론에는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한국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패스트무버로 잘 알려진 한국사회의 혁신역량과 리스크 관리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정부와 기업, 개인들은 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연구에 열중하고 있으며, 다양한 첨단기술에서 중 집중할 기술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하여 살펴본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변화를 유도하는 것과 반대로 사회적 변화가 기술발전을 선도하는 과정에 대하여도 살펴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의 원인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장래를 의미한다. 미래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다가오겠지만 인류는 얼마든지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하여 연구하는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최상의 미래를 성공적으로 찾고, 최악의 미래는 효과적으로 회피”하기 위해서이다. 발전적인 장래를 가져다주는 신기술을 미리 알고 이를 연구한다면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부정적인 결과가 우려되는 미래예측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행정부나 국회가 수행하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연구는 기술의 변화에 대비하여 선제적으로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동차관리법에는 이미 자율주행자동차를 규정하며 실제 도로주행의 토대를 마련되고 있다. 또한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화폐에 대하여 규정하며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기업들의 올바른 의사 결정의 방향을 제시한다.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선제적인 4차산업혁명 연구는 새로운 기술로 인한 소비자들이 입을 수도 있는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사물인터넷의 초연결성에 대한 정부의 사전적 대비는 빅데이터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은 있지만, 적어도 개인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남용은 이미 방지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수행하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연구는 신기술보유자와 기존산업 종사자들과의 갈등을 사전에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혹자는 사전적인 규제가 4차 산업혁명에 저해된다고 말하지만, 정부는 일정부분에서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갈등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프랑스의 경우는 정보화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입법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는 미래사회의 먹거리가 될 신기술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우수한 벤처기업인이나 기술진에게는 영주권이나 비자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기도 한다. 베이징정부가 대주주인 중국업체는 이미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로 LCD 관련기술을 성공적으로 습득했고, 이제는 한국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1,000인 계획을 발표하여 자국과학자를 귀국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은 해외에 거주하는 우수한 자국 과학자에게 기자재와 연구비용을 17억원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다수의 기업은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신기술로 인한 위험요인과 이에 대한 대응계획을 이미 확보하고 있고, 일찌감치 새로운 사업모델의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평균 수명은 33년 정도인데 꾸준히 새로운 기술이란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기업의 수명이 단축된다. 반대로 연구활동을 게을리 하거나, 잘못된 예측을 내리면 기업의 수명은 단축된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GE는 한때 세계최고의 가전회사였지만,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고 최근에는 기술혁신보다는 단기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업에 몰두하기도 하였다. 결국 GE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핵심역량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최근에는 다우지수산정에서도 퇴출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1896년 설정된 다우지수 편입기업들은 122년이 지난 지금 모두 그 자격을 상실했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은 과거 일본기업과의 협력과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반도체와 LCD에 대한 원천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했고, 미래에 대하여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비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은 2010년 신수종사업을 발표하였는데, 당시 삼성은 태양전지, 차량용전지, LED, 바이오, 제약의료기기를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살펴보면 태양전지 등은 부진하지만 적어도 바이오와 제약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망은 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일기예보를 듣고 내일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단기간의 경제전망은 개인들이 예·적금 상품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주식이나 펀드를 매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장기적인 트렌드는 우리가 향후 무엇을 추가로 배울지, 인생4모작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다. 간혹 일기예보가 틀리듯이, 미래사회에 대한 예보는 틀릴 수는 있지만 관련된 예보가 많을수록 이에 대한 개인들의 준비는 더욱 알차고 풍성해진다.

 

미래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제4차 산업혁명이 증진시킬 개별기술로는 이미 수십 가지가 거론되고 있는데, 정부나 다수의 기업들은 이들 모두에 대하여 전폭적으로 투자할 수는 없다. 결국 일부 기술에 집중하는데, 선택에 대하여 합리적인 방법과 기준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선택을 위해서 시장규모, 시장의 구조, 기술적인 난제, 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한다면 판단에 큰 도움이 된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시장규모가 적거나, 시장에서 고객들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기술개발의 의미는 줄어든다. 5G모바일 기술, 자율주행자동차, 딥러닝을 이용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은 시장규모가 크고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수용성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가상화폐, 3D디스플레이, 무선충전, 스마트항체 등의 기술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기존의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고 판단했거나, 기술개발의 난제로 인하여 발전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기술들이다.

얼핏 들었을 때 기술에 대한 매력도는 높아 보이는 기술도 장기적인 파급력은 낮을 수도 있다. 물론, 크게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새로운 기술에서도 잭팟을 터뜨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사례. <사진 출처 = Google Waymo>

사회의 변화가 기술혁신 촉진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은 대개 기술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반대로 우리들 행동의 미묘한 변화가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소비자 구매패턴의 변경이나 사회변화, 문화의 변천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경제, 사회, 인구와 환경 변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은 살펴본다는 미래 사회에 각광받을 기술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인구 감소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보급을 촉진한다. 노령화로 인하여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노인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외골격로봇, 3D프린팅을 이용한 장기제조, 치매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뇌과학연구를 활성화시킨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현재 한국의 농촌에서 더욱 심각하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림에 따라 농촌인구는 더욱 고령화되고, 농촌의 구인란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사회에서 스마트팜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킨다.

최근에 ‘워라밸’이란 말이 유행하고,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인식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의외로 헬스케어산업을 발전시킨다. 워라밸의 사회적 풍조는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기기를 동원한 건강관리로 표현되기도 한다. 한편 기존의 권력을 나누어가지는 분권에 대한 의식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분권에 대한 열정은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산업의 고도화와 국제화는 기존 제조업의 생산방식을 일부 바꾸고 있다. 3D프린팅의 원료는 이미 플라스틱 화합물을 넘어 모래나 금속, 시멘트, 유기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작성한 설계도는 3D프린터를 이용하여 보다 짧은 시간에 고객에게 전달된다.

고령화로 인하여 한국의 인구는 감소하지만 한편으로 노동력의 국제이동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인구는 이미 200만명을 넘었고 일부 도시에서는 인구의 10%에 도달한다. 노동자들의 국제적 이동은 한편으로 가상화폐나 전자화폐 등 대체적 결제수단의 발달을 유도하기도 한다. 지구자원의 고갈과 온난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로 기업들이 수소자동차를 개발하고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드론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전개된다. 산업화로 질 좋은 농경지들이 줄어들자 수조에서 인공적인 광합성으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연구가 활기를 띄기도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기술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리가 충분한 대응을 하지도 못한 사이 변화는 우리 곁에서 발견된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연구는 합리적인 예측인 경우도 있지만, 그 성격상 연구자 개인들의 상상력이나 통찰력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모든 예측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연구자들이 그리는 미래사회의 풍경은 우리들의 사고의 범위와 한계를 크게 향상시킨다. 제4차 산업혁명이 제시하는 긍정의 메시지를 적절히 해석한다면 최상의 미래를 맞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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