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데다 전체의 63%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4,600종 정도의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한다. 그래서 4월에 전국 어딜 가나 노란개나리를 볼 수 있고 5월엔 철쭉꽃, 여름엔 진한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의 노랗고 붉은 단풍철을 지나 겨울에 상록과 흰 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연중 아름다운 공간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다양한 식생을 가진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꽃과 잎이 아름다운 야생화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우리 생활주변에서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식물, 그래서 서로 생각만하고 만다는 이름 상사화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잎은 엄마, 꽃은 자손에 해당되니 엄마 잎이 내리사랑이 뭔지를 보여주는 꽃이다. 영명은 ‘Magic Lily’, 꽃말은 ‘그리움’, ‘변함없는 사랑’이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알뿌리 식물로 우리나라에도 꽃무릇, 진노랑상사화, 백양꽃, 상사화 등 몇 가지가 낮은 산의 구릉이나 바위틈에 자생하거나 재배되고 있다.

전원주택의 돌틈같은 곳에 군락으로 심으면 잘 어울린다.

상사화의 종류

● 상사화(Lycoris squamigera) : 관상용으로 들여와 재배되는 종이다. 이른 봄부터 넓은 선모양의 잎이 나와 자란 뒤 초여름에 말라죽는다. 8월에 그 자리에서 50~70cm 길이의 꽃대가 나오며 5~7개의 홍자색 꽃들이 달려 핀다. 추위에 강해 전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 꽃무릇(=석산, L. radiata) :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및 정읍 내장사의 대군락이 유명하다. 추석 무렵 계곡을 빨갛게 덮는다. 붉은 색의 가는 꽃잎이 뒤로 제껴져 원형을 이루는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석산은 매년 추석 전후가 만개기로써 이때 고창과 영광에서는 석산꽃 축제로도 발전시켜가고 있다.

● 백양꽃(L. sanguinea var. koreana)은 한국특산종이다. 정읍 내장산을 중심으로 백양사에 이르기까지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자생지 복원 및 볼거리 차원에서 정읍 시민들이 내장산에 1인 10구근 심기운동을 벌여 매표소부터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이 식재되어 있어 8월말경 만개기때 가면 장관을 연출한다. 그 외 법정보호종인 진노랑상사화(L. chinensis var. sinuolata), 흰상사화(=제주상사화, L. chejuensis), 개상사화(L. aurea) 등이 있다. 모두 관상가치는 높지만 대량번식이 어렵고 희귀성 때문에 아직 적극적으로 유통되지 않고 있다.

백양꽃, 상사화류 중에 꽃색이 선명한 종류로써 화단용이나 꽃꽂이용으로 우수하다.

어떻게 번식해 정원에 심을까

상사화류는 알뿌리(여러 개의 인편이 모여 하나의 구를 형성)로 번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 인편을 하나씩 떼어 심으면 쉽게 불어난다. 상사화만을 전문적으로 가꾸는 농가들을 통해 모종을 구해 심어도 좋다. 상사화류를 정원에 심을 때는 개화기간이 짧은 편이므로 한 두 포기 심는 것 보다 군락을 이뤄야 보기가 좋다. 바위틈에 몇 주 심어도 잘 어울린다. 정원에 충분히 심어두고 만개기에 꽃을 잘라 꽃꽂이 소재로 활용해도 멋진 일이다. 상사화류는 꽃은 아름답지만 벚꽃처럼 꽃이 피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다른 자생화나 소형 관목들과 함께 식재하여 꽃이 없는 기간 동안 볼거리를 줄 배경식물을 잘 선택해 함께 식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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