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내 시중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편취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이번 사태를 은행들이 자체 해결하도록 맡겨두면서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BNK경남은행, KEB하나은행과 씨티은행 등 3개 은행은 지난 26일 대출금리가 과다 산정된 사례를 공개하고 차주에게 그동안 부당 취득한 이자 수익을 환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은행은 금융감독원의 상반기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에서 소비자들에게 부당하게 높은 대출금리를 부과한 것으로 적발된 바 있다.

대출금리 조작 사례가 가장 많은 곳은 경남은행으로, 지난 5년간 취급한 가계대출 중 약 6%에 해당하는 1만2279건의 대출금리가 과다 산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은행이 이로 인해 부당 취득한 이자수익은 무려 25억원으로 추산된다. 하나은행은 252건으로 총 1억5800만원의 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했다. 씨티은행은 27건, 1100만원이었다.

제1금융권이 대출금리를 조작한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처벌 수위는 기대보다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은행권 전체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인 만큼 피해 고객수와 금액을 조속히 확정해 신속하게 환급해야 한다"며 "은행들은 내규 위반 사례의 고의성, 반복성 등을 엄격히 조사해 필요한 경우 임직원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은행의 자체적인 해결을 기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사실상 대출금리 조작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없을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금융위는 26일 “은행 내규위반의 경우 금융당국이 처벌할 수 있는 법령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출금리 산정은 은행 내규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가산금리 산정에 문제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의 직접적 개입은 어렵다는 것. 지난 2016년 금융당국이 내규 및 행정지도를 위반한 금융회사를 제재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이 수정되면서, 이번 대출금리 사태에 대해서도 강력한 징계를 내릴 근거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최 위원장은 지난 22일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에서 “잘못 받은 부분은 바로 환급하고 고의로 한 은행 직원은 제재하겠지만, 내규를 위반한 것이어서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제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은행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진 일이 아니고 개별 창구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기관 징계까지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은행들이 자체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함께 조사를 받은 나머지 6개 은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것도 소비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감원이 21일 발표한 자료에는 소득이나 담보를 누락한 경남·하나·씨티은행의 사례 외에도 우대금리를 일방적으로 축소하거나 신용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재산정하지 않고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등의 기타 사례가 설명돼있다. 나머지 6개 은행에서 이러한 사례가 적발됐는지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출금리 조작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소비자 단체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은행들의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금리 조작은 과실이 아닌 고의적 행위”라며 “반드시 전수조사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회의 또한 성명을 통해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조작사태와 관련해 시중은행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후 부당이자 환급,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금융당국마저 이번 사태를 미온적으로 처리한다면 금융권의 신뢰는 물론 금융당국의 신뢰도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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