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현대엔지니어링 세무조사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승계와 무관치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과정을 들여다보고 증여세 등 내야 할 세금이 누락됐는지 따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회계장부 등 자료를 확보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정기세무조사를 받은 뒤 5년이 지난 터라, 이번 세무조사도 정기 조사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세청 내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투입된 것을 두고, 특별세무조사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조사4국은 기업들의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 특별한 혐의점을 포착해 비정기적으로 강도 높은 심층 조사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4국이 나선 이상 이번 세무조사가 단순 정기 조사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세청의 최근 움직임을 고려할 때, 이번 세무조사는 정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국세청은 최근 현대건설과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현대파워텍, 현대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대한 연쇄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국세청은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세무조사에서도 상생부서에 조사관을 투입, 내부거래 비중을 조작하기 위해 하도급업체와 탈법적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정 부회장의 승계 작업의 핵심회사라는 점도 이번 세무조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개인 최대 주주인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총 11.72%. 현대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35.1%의 지분을 보유했던 현대엠코와 합병한 이후 꾸준히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며 현대엔지니어링을 지원해왔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현대엠코를 흡수하면서 2013년 4~5% 수준이던 현대엔지니어링의 내부거래 비중도 2015년 33.8%까지 급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내부 거래 비중은 합병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7년 기준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와 국세청 주변에선 현대차그룹의 현대엔지니어링 일감 지원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공정위 제재를 피하기 위해 최근 지분율을 낮췄다.  이런상황에서 복병이 들이닥쳤다. 공정위가 아닌 국세청이다. 국세청 조사 4국은 왜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을까.

국세청 간부를 지낸 세무 전문가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금액을 지출해 현대엠코 주주들에게 이익이 됐다면, 증여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엠코 최대 주주였던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가장 꺼리는 시나리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무형자산은 2014년 8061억원으로 2013년 176억원에 비해 46배 상승했다. 이중 사업결합에 따라 취득한 영업권이 5765억원. 영업권 항목은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순자산 공정가치를 초과해 지불한 금액을 의미한다. 한 회계전문가는 “물론 나름의 기준에 따라 영업권을 평가했겠지만, 만약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면 현대엠코 주주들에게 웃돈을 준 셈”이라며 “국세청이 그렇게 판단한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용처리를 하지 않고 무형자산에 넣을 경우 오히려 세금을 더 내게 되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무형자산으로 잡는 경우도 있다”며 “무형자산이 늘어날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좋아 보이고 이것이 향후 상장 시 공모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엠코 무형자산에 대한 높은 평가가 정 부회장의 최대 자금줄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가치 상승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무형자산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2014년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면서 자본계정이 늘어났고, 이를 장부상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형자산 규모가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회계 상의 기술적 처리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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