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낙동강 수질 오염 의혹이 불거진 영풍그룹의 석포제련소 조업중지 처분이 연기되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석포제련소 폐쇄 청원이 올라와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 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낙동강 최상류 봉화의 오염덩이공장 영풍제련소를 폐쇄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국민에게 잘 알려진 영풍문고의 모기업인 영풍그룹의 주력사업인 영풍제련소는 일본의 동방아연이 60년대 카드뮴 중독 사건으로 유명한 ‘이따이이따이병’의 발발로 더이상 일본 내에서 가동이 어렵게 되자 그 기술력이 국내에 수입돼 낙동강 최상류에 자리잡게 되었다”며 “일본의 공해산업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수입돼 우리 식수원 낙동강을 심각히 오염시켜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어 “언제까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기업의 치부를 위해 우리 식수원이 오염되고 있는 현실을 방관할 수 있을까”라며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더 이상 각종 독극물과 심각한 중금속으로 오염되지 않도록, 영풍제련소를 즉각 폐쇄기해주실 것을 1300만 국민의 이름으로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영풍문고로 친숙한 영풍그룹은 지난 1970년부터 낙동강 안동댐 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국내 최대 규모의 아연제련소인 ‘석포제련소’를 운영해왔다. 석포제련소가 영남지역 상수원인 낙동강 일대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으며, 매년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단골로 다뤄져온 문제다. 주민들을 비롯해 영남권 환경단체들은 석포제련소가 중금속 등 각종 대기오염물질 및 폐수를 배출해 낙동강 수원과 인근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이태규 회장은 영풍 석포제련소로 인해 인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낙동강) 곳곳에 죽은 물고기가 지천으로 널렸다. 이제 낙동강은 물고기들이 살 수 없는 강이 돼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봉화영풍석포제련소 저지대책위원회 신기선 회장 또한 “영풍제련소 상류에는 다슬기가 거멓게 붙어있다. 그러나 영풍제련소만 지나면 다슬기 구경을 할 수가 없다”며 “이 하나만 보더라도 영풍제련소가 낙동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풍 석포제련소는 매년 ‘물환경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각종 환경 관련 규제를 위반해왔다.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석포제련소가 받은 행정조치만 무려 46건으로 매년 8건 가량의 사고를 일으킨 셈이다. 지난 4월에는 낙동강에 공업용 폐수를 무단 방류한 사실이 적발돼 경상북도로부터 6월 11일부터 20일간 조업을 중단하라는 행정 처분을 통보받기도 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대구시 중구 덕산동 영풍문고 반월당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그룹 계열사인 영풍제련소 조업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영풍 측은 지난 5월 조업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과징금으로 대체해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조업정지 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조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기 때문. 중앙행심위가 이를 인용하며 조업정지 처분 집행은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환경단체들은 영풍 측이 꼼수로 조업정지를 피해가며 과징금으로 환경오염을 때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영풍 측도 오염물질 배출을 경감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반발을 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풍 측은 지난달 30일 “폐수를 방류하지 않고 제련과정에서 순환 처리할 수 있는 무방류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도입해 오염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스템 도입까지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는 상황. 게다가 과거 영월 포스코엠텍 몰리브데넘 공장에서 무방류 공정 도입을 시도했다 실패했던 사례가 있어, 영풍 석포제련소도 원만한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제련소 운영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석포면 전체 인구 중 영풍 석포제련소 및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40%에 해당한다. 지역 상점들도 제련소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지역 경제가 제련소로 유지되고 있는데, 조업이 중단되면 타격이 크다”며 “제련소 오염문제는 해결돼야 하지만 주민 생존권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부터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와 관련해 1인 시위를 지속해온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지난 18일 대구 중구 영풍문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천300만 국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의 오염주범 영풍제련소를 즉각 폐쇄하라”며 영풍 측을 규탄하고 나섰다. 수원 오염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영풍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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