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에 의한 우려로 증시가 가라앉은 가운데,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340.11) 보다 10.13포인트(0.43%) 오른 2350.24로 개장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미중 양국이 무역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한국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라며 ‘위기론’을 제기하는 반면, 긍정적 요인을 무시한 일방적 위기론은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5일(현지시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당장 다음달 6일부터 340억 달러 규모의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며,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추후 부과시기가 확정될 예정이다.

중국도 보복관세를 통한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중국 정부는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중 농산품·자동차·수산물 등 659개 품목 340억 달러 규모에 대해 미국과 마찬가지로 다음달 6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화학·의료설비·에너지 등 품목에 대한 관세 여부는 추후 발표하겠다고 발표했다.

◇ 미중 갈등 악화 시, 한국 수출 6.4% 감소

이에 따라 미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피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약 1421억2000만 달러, 수입은 978억6000만 달러로 총 442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대미무역에서도 수출 686억1000만 달러, 수입 507억5000만 달러로 178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중 양국에서 벌어들인 흑자는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65.2%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중국 기업들에게 중간재를 판매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나,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증시에서 가장 먼저 반영돼, 지난 19일 코스피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인 2340.11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미중관계가 경색될 경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두 국가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이들의 무역갈등은 세계는 물론 한국경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관세조치로 미국의 대중 수입이 연간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도 연간 283억 달러(31조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작년 대중 수출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무역협회 또한 무역갈등 악화로 미국·중국·EU 등의 관세가 10% 가량 상승할 경우, 한국의 총 수출액도 약 6.4%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중 갈등 영향 미미, 위기설 과장

반면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관세 조치를 처음 발표했을 당시,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중국의 수입품을 상대로 대규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수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아시아 지역의 기술 기업 간 공급 연관이 상당히 약해졌다”며 “관세 부과로 중국 생산품의 반도체 칩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한국 등 국가들은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대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나도 한국의 피해는 국민소득 0.1% 감소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연구원 또한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중 상호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1억1000만 달러(0.07%), 대미 수출은 9000만 달러(0.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 약세도 미중 갈등이라는 악재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기준 1116.00원으로 지난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055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관세 조치를 두 단계로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관세를 일괄 부과하지 않고 두 단계로 분리한 것은 향후 협상의 여지를 열어놨다는 의미이기 때문. 미중 간의 무역협상이 아직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위기설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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