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충남 천안 대진침대 본사를 방문해 원안위 상주 직원으로부터 수거된 침대 현황을 듣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내에서 유통 중인 침대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진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 당국의 대응책이 미진하다. 정부는 우체국을 통해 문제가 된 제품을 수거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민원 폭주로 수거 작업이 지연돼 국민 건강이 여전히 방사능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다.

특히 방사능이 검출된 침대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이한 대응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원안위는 1차 발표에서 대진침대 등 해당업체 제품의 방사능 측정치가 기준 이하라고 밝혔으나 5일 뒤 2차 발표에서 해당 업체 제품 7종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방사능 검출 원인을 속커버로 확정한 채 매트리스를 검사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문제였다. 원안위는 “1차 발표 때 결과를 빨리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정확성보다 신속성 부분에만 비중을 두었다는 걸 인정한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1차발표 실수 이후에도 원안위의 ‘헛발질’은 계속되고 있다. 원안위 2차 발표에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것은 총 7종. 하지만 소비자 고발 및 시민단체 조사 결과 라돈이 검출된 제품은 이보다 많다. 이는 원안위가 2차 발표에서 대진침대가 모자나이트를 사용했다고 보고한 모델에 대한 조사결과만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2차발표 다음 날인 16일 모자나이트 유통경로를 조사해 해당 원료가 사용된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강정민 원안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모인 사안에 대한 대처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것. 강 위원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언론 브리핑이나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지난달 29일 대진침대 본사를 방문해 수거 작업을 점검한 것 외에는 공개적인 행보가 전무하다. 이후에도 강 위원장은 라돈 사태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을 피하고 있다.

원안위의 수거정책도 피해자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안위는 지난 21일 대진침대 측에 한 달 이내에 라돈 침대를 수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대기자들에게 방사능 차단용 밀봉 비닐을 제공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구매자들의 수거 요청이 몰리면서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8일 “5월 한 달간 1372 소비자상담센터로 접수된 전체 상담건수 6만9353건 중 대진 침대 관련 상담은 1만751건(중복을 제외하면 1만376건)으로 전체 상담의 15.5%를 차지했으며 이 중 수거 지연 문의가 4248건으로 가장 많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에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밀봉비닐을 신청했는데 일주일이 지나서야 배송받았다"며 "침대를 둘 곳도 마땅치 않은데,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방사능에 무방비로 노출돼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급기야 시민단체는 지난 달 3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강정민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감시팀장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라돈침대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선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과 생명안전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원안위가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면 '라돈침대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라돈 침대의)신속한 수거가 가장 중요하다. 업체에만 맡기지 말고 우체국망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이밖에도 원안위는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약 3톤의 방사성 물질이 매트리스 제조업체로 유입된 상황을 알면서도 5년 이상 사태를 방기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당장 방사성물질 관리 제도를 재점검하고, 문제 제품 구매자에 대한 역학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거작업조차 업체에 떠맡기고 ‘나몰라라’ 행태를 보이고 있는 원안위에게 진정성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