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빌딩이 안 보인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강남역사거리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가장 높은 빌딩을 안 보인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음 변명은 이렇게 할 것이다. “가장 높은 빌딩은 보이는데 삼성빌딩이라고 쓰여진 간판이나 글자를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빌딩이라고 검색을 해보자. 그러면 삼성전자서초사옥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검색이 된다. 그리고 삼성전자서초사옥을 클릭하면 강남역사거리에서 가장 높게 보이는 빌딩이 삼성빌딩임을 바로 알 수가 있다.

독자는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갑자기 뜬금 없이 왠 삼성빌딩 타령인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올 해 모 언론 기자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분식회계를 쉽게 설명해달라는 말에 저렇게 설명을 해 주었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과 대우건설과 한국항공우주와 현대건설 등 분식회계로 금융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내용은 강남역사거리에서 삼성전자서초사옥을 찾는 것만큼 쉽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이었다.

정말 그렇게 분식회계를 쉽게 알 수가 있고 찾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 쉽게 분식회계를 파악할 수가 있다면 회계법인은 무엇을 하고 금융감독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회계법인은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금융감독원은 회계법인의 적정의견을 믿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좌우지당간에 분식회계를 그렇게 찾기 쉽다면 분식회계를 못 본 척한 자들을 처벌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이 그렇게 쉽게 처벌할 수가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법을 변경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도 분식회계는 계속되고 있고 계속될 것이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예로 살펴보자. 대우건설은 2016년 3분기에 회계법인의 ‘한정의견’을 받고 나서 2016년 4분기에 모든 부실을 정리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2017년 초부터 매각을 진행하여 건설업 도급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인수대상자로 선정되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매출액이 호반건설은 1조원 대우건설은 11조원이므로 저런 표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인수대상자로 선정된 후 9일만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였다. 호반건설은 왜 마음을 갑자기 바꾸었을까?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하여 매각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에 의하면 기업이 현재 얼마의 이익을 내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미래 숫자는 현재 실적에서 추정한 값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손익 실적의 정확성 유무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가를 1.5조원으로 제시한 것은 대우건설의 2017년 1분기와 2분기 3분기 손익을 근거로 추정된 향후 예상 손익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다. 그런데 저 2017년 1/2/3분기 손익이 과장되고 잘못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인수를 포기하든가 인수가격을 낮추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호반건설은 이 중에서 인수 포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직원들에게 호재였고 산업은행은 악재를 안고 번민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산업은행은 3조원이 투입된 대우건설을 1.5조원에 매각할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2017년4분기에 반영된 3천억원 손실을 반영하면 1.5조원은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1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언론보도를 보면 대우건설의 해외건설 현장인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이를 반영하니 3,000억원의 손실이 17년 4분기에 발생하였다는 것인데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설명이었다. ‘사피’는 정상적인 공사진행 현장이었기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확인을 해보았다.

첫째 2016년 4분기에 7,313 영업손실을 반영하면서 줄었던 채권금액이 2017년 2분기에 증가한 것은 잘못이 진행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즉 3조원이었던 금액이 2.3조원으로 줄었다가 2017년 2분기와 3분기에 2.5조원으로 증가되었다가 2018년 1분기에 2.2조원으로 다시 줄어든 것이다.

두번째 재무제표 중에 사업의 내용이란 항목이 있고 여기에 ‘수주현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수주현황을 보면 공사현장별 진행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자료를 잘 분석하면 상세한 부실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2016년 3분기부터 2018년 1분기까지 분기별 수주현황을 비교해보았다. 그랬더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2016년 3분기 공사현장 21건 중에서 단 두건이 정리되었는데 두건의 공사 수주금액이 2천3백억원과 3천5백억원으로 비중이 비교적 작은 공사에 불과하였다.
반면에 마땅히 정리 되었어야 할 공사현장은 멀쩡히 남아 있다가 2017년 4분기에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수주금액 7,000억원이고 공사진행률은 겨우 17%이며 공사완공 예정일이 2015년 7월에서 2017년 7월로 2021년 11월로 변경되었던 공사현장이 2017년 4분기 수주현황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저러한 것을 ‘공사계약 타절’ 이라고 표현한다. 건설업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다. 편의상 저 공사현장을 Akkas현장이라고 하자. 저 공사현장은 2014년 4분기 이후 공사진행이 제대로 안되고 있었고 특히 2015년 4분기부터 2017년부터 3분기까지 공사가 거의 중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kkas현장은 이미 2016년 4분기에 타절 하였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랬다면 2016년 4분기에 7,313억원이 아닌 더 큰 손실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Akkas 공사현장 외에도 공사 기한이 초과된 공사현장이 2018년 1분기 수주 현황을 보더라도 2008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아직까지 공사진행률이 62% 밖에 안된 공사현장이 1건 있으며, 2012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아직까지도 완공을 못하고 있는 공사현장이 4곳이 있는 등 추가손실이 우려되는 부실한 공사현장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회계법인은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따라서 호반건설이 제대로 잘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건설업에 대한 경험 없이 극동건설을 인수한 웅진그룹과 대우건설을 2006년에 인수하였던 금호그룹이 부실화 되었던 잘못에서 호반건설이 벗어난 것은 건설업의 경험에서 온 판단력의 차이 때문이다.

또한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산업은행은 화가 나서 대우건설 본부장 절반을 해임하였고, 재경본부장 즉 CFO 자리에 대우건설 출신 사람을 임명하였다. 이제서야 산업은행 출신 CFO의 한계를 알게 된 것이라 해석된다.

여기서 독자는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허위 매출에 의한 분식회계는 반드시 채권금액을 그만큼 증가시킨다. 따라서 손익은 좋아지는데 매출채권이나 미청구공사채권 금액이 그만큼 늘어나면 분식회계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허위매출과 허위자산으로 분식회계를 하는 것이 전형적인 분식회계 방법이며 이런 분식회계를 찾아내는 것은 강남역사거리에서 삼성빌딩을 찾는 만큼 쉽다. 따라서 허위매출 분식회계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하는 것과 강남역사거리에서 삼성빌딩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은 동일한 거짓말이다. 그러나 광화문사거리에서 이순신장군 동상이나 세종대왕상을 찾을 수가 없다 하는 정도의 거짓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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