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북한과 미국이 판문점에서 북미회담과 관련된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언론들도 앞다퉈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코리아>는 북미회담 재개와 관련된 국내 주요 언론의 시각을 비교 분석했다.

◇ 북핵폐기 명시 VS 북한 체제보장 

북미회담 재개로 인해 국내 언론에서는 협상 성공을 위한 조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선일보·문화일보 등은 재개된 협상에서 비핵화 수준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반면, 한겨레·중앙일보 등은 체제보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29일 사설에서 협상의 결과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핵폐기’가 되어야 한다며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은) 과거에 써먹던 '단계적 조치' '핵 군축회담'을 들먹이고 있다. 지난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서부터 핵 전문가 참관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하고 검증 불가능하며 돌이킬 수 있는 비핵화'(CVID)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대통령은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김정은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기만 한다”, “여권 일각에서는 "결국 단계적 해법밖에 없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 핵폐기에 대한 검증 의무를 정부·여당이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일보도 조선일보 관점과 맥락이 같다. 문화일보는 “CVID 총론에 접근했다고 해서 낙관하기는 어렵다. 북핵 회담에 관한 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이 적확하기 때문이다”라며 “ CVID의 핵심, 즉 북한 완전 비핵화의 핵심은 영변의 핵단지 및 고농축우라늄(HEU) 공장 등 의심시설에 대한 북한의 신고 및 미국 등의 무제한 사찰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북한에 대해 “확실한 체제 안전을 얻으려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미국도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요구를 만족시킬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북한이 CVID를 수용하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안전 보장(Guarantee)’인 CVIG를 선사할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며 협상 최대 쟁점인 비핵화와 체제보장 교환을 위해 미국의 양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 실무회담은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방식을 확인하고, 북한은 미국의 체제보장 방안을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설사 완벽한 조율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북-미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종전선언 서둘러야 VS 비핵화 검증이 우선

북미회담 재개를 앞두고 국내 언론의 또 다른 화두는 ‘종전선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미협상의 속도를 종전선언이 앞서가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종전선언은 북한이 비핵화 여정에 가볍게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과도기적 안전보장’ 방안”이라며 “비핵화가 진행되는 동안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해주고, 비핵화가 마무리될 시점에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로 항구적인 안전보장을 한다면 북한도 안심하고 핵폐기를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전선언 자체가 북한 체제보장을 위한 첫단추라는 것. 

경향신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조성됐던 난기류도 따지고 보면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불가역적인’ 체제안전 보장을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지렛대로 북한이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또한 이날 사설을 통해 “종전선언은 향후 비핵화 이행 과정에서 북한에 안전 보장에 대한 믿음을 심어 줌으로써 비핵화 로드맵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속하게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종전선언은 판문점 선언의 핵심”이라며 “남·북·미 세 정상이 한자리에서 종전선언에 서명하는 역사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세계일보는 완전한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들은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마땅하지만 비핵화 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화려한 수사에 불과하다”며 “북한 비핵화에 맞춰 진전시켜야지 그에 앞서가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고도 이행 단계에서 약속을 파기한 게 한두 번이 아닌 만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보장 장치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CVID 이행과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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