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가 2013년 대국민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인해 재계가 몸을 사리고 있다. 갑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요즘 오너 및 고위 임원의 부당한 행동이 적발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매출과 직결되는 소비재, 유통업체 등은 갑질 논란 한 번에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일부 업체의 경우 갑질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타격 없이 매출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갑질을 처단하겠다는 소비자들의 분노도 업체를 가리는 것일까? <이코리아>는 과거 오너 등의 갑질 문제로 지탄을 받았던 업체들의 경영실적이 사건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봤다.

◇ 남양유업·미스터피자 뒷걸음질

지난해 오너의 갑질로 단기간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단연 MP그룹(미스터피자)이다. 정우현 MP그룹 회장은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상가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정황이 밝혀진 뒤,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보복논란까지 더해져 큰 비난을 받았다. 해당 사건 이후 미스터피자 브랜드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지며 매출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미스터피자의 지난해 매출은 815억원으로 2016년 971억 대비 약 1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89억원에서 110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132억원에서 156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갑질논란이 실질적으로 매출 하락을 이끈 것. 가맹사업의 성장 척도인 가맹점 수도 2016년 346개에서 지난해 296개로 50개나 줄어들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직영점 비율이 높고 가맹점과의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은 경쟁업체 도미노피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 2200억원, 영업이익 295억원을 올리며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미스터피자가 갑질 논란에 휘청이는 동안 반사이익을 본 셈.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남양유업 또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매출이 급갑한 사례다. 대리점에 상품을 강매한 정황이 밝혀지자 오히려 대리점주를 고소하며 큰 비난을 받았던 남양유업은 이후 자사 제품에서 업체명을 최대한 숨기는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매출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2012년 약 6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남양유업은 갑질 논란 이후 판매량이 급감하며 2013년 175억원, 2014년 2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갑질 논란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후 판매량을 회복한 남양유업은 2016년 4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7년 영업이익이 다시 50억원으로 줄어들며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출산 기조로 유제품 시장이 한파를 겪고 있는데다 지난해 사드 악재로 중국 시장 진출도 어려워졌기 때문.

게다가 지난 4월에는 EBS ‘빡치미’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주의 후일담을 소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남양유업 갑질 논란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지난 5년간 업체명을 제품에서 배제하는 등 갑질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남양유업으로서는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다. EBS는 당시 남양유업에 대책으로 제시했던 상생협약서가 “앞으로 어떤 소송도 제기할 수 없다”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대리점주들이 제대로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채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질 논란 이후 남양유업 매출 변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 대한항공 제자리

반면 갑질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영실적에 아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좋아진 경우도 있다. 재계 갑질논란의 중심인 대한항공이 그 주인공.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12월 5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땅콩회항’ 사건은 다른 갑질 논란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여파가 컸지만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연 매출액은 2014년 11조9097억원, 2015년 11조5448억원, 2016년 11조7319억원, 2017년 12조922억원으로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4년 3953억원에서 이듬해 8831억원으로 오히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꾸준히 적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이익도 2017년에는 801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뿌리기 논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의 갑질 등이 연이어 밝혀지면서 총수일가 전체로 논란이 번진 상황이지만 2018년 1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1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동기 대비 4.3% 줄어든 1768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안전장려금(534억원)이 이번 분기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매출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은 브랜드이미지가 매출과 직결되는 소비재, 유통업과는 달리 과점체제인 항공업계 특성 상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경쟁업체인 아시아나가 대한항공 갑질논란의 반사이익을 어느 정도 누린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매출액이 2014년 5조7845억원에서 2017년 6조2271억원으로 8% 가량 상승했다. 영업이익 또한 2014년 720억원에서 지난해 8860억원으로 1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1조588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어난 643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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