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BC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당초 북미회담 장소로는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판문점과 북한의 수도 평양이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는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낙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나의 매우 기대되는 만남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며 “우리 둘 모두 정상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회담 장소로는 스웨덴, 몽고 등 여러 곳이 검토됐지만 최근에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판문점과 북미 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 두 곳으로 후보군이 좁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징성이 큰 평양·판문점 등을 선호한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으나, 내부 검토 결과 싱가포르로 결정됐다.

싱가포르가 북미회담 장소로 선정된 것은 북미 양국과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온라인매체 쿼츠(QUARTZ)는 이날 “싱가포르에는 3만명 이상의 미국인과 4200개의 미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며 “미국은 싱가포르의 최대 투자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6년 싱가포르의 외자유치액 2280억 달러 중 미국 기업들의 투자액은 1800억 달러로 약 79%에 해당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첫 공식 해외 방문지도 싱가포르였다.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방문해 샹그리라 호텔에 투숙했다.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싱가포르는 북한과도 지난 1975년 정식 수교를 맺은 이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북한의 상주대사관이 위치한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북한의 수교국은 160개이지만 이중 재외공관이 위치한 나라는 54개국, 상주대사관은 47개국에 불과하다. 북한으로서도 상주대사관이 위치한 나라가 회담 사전준비를 하기에 용이할 수 있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일본, 필리핀, 호주 등과 같이 미국과 군사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북한의 부담이 덜한 장소다.

싱가포르가 고위급 국제 회담의 장소로 여러 번 선택됐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싱가포르는 지난 2007년과 2018년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의 개최지이며 2002년부터 아태 지역 국방장관 및 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아시아안보회의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이 1949년 분단 이후 66년만의 첫 양안 정상회담을 가진 장소도 싱가포르였다.

또한 싱가포르는 한국, 북한, 미국의 고위급 관료가 비공식 회담을 가졌던 장소이기도 하다. 2009년에는 임태희 당시 고용노동부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만남을 가졌으며, 2015년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전직 고위관료 및 학계 전문가들이 접촉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와 평양 간의 거리는 약 4743km다. 비행시간은 약 6~7시간으로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재급유 없이 한 번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있다.

한편 판문점은 내부 논의 끝에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에서는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경우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미회담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 영토와 인접한 판문점을 방문하는 것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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