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효자동 사진관 홈페이지>

[이코리아]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이해 국내 주요 일간지들이 9일 일제히 1년 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각자의 평가를 내놓았다. 촛불정신을 내세우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남북회담 등의 성과를 통해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받았지만, 언론의 평가는 여론과 달랐다.

◇ 보수 언론 '친노동정책' 일제히 비판

이날 국내 주요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 1주년을 평가했다. 평가의 핵심은 ‘경제’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좌파경제실험 1년, 세금잔치 말고 남은 게 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친(親)노동으로 기울어 노동 개혁에 손을 못 대면서 산업구조 개편, 규제 개혁이 모두 헛바퀴를 돌게 되고 새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친노동 정책이 일자리 창출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고용노동부·검찰·공정위·금융위”를 모두 동원한 “대기업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통해 “수많은 선의의 투자자들을 패닉에 몰아넣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어 “정부 경제 정책은 시장(市場)은 악(惡)이고, 좌파 정부는 선(善)하다는 독단 위에 서 있다. 국민 세금을 무분별하게 퍼붓는 것도 이런 독단의 일환이다”라며 “정책 실패를 세금을 부어 메꾸기 시작하면 그 단맛에 중독된다. 세계 좌파 정부 대부분이 세금으로 잔치를 벌이다가 파국을 맞았다. 한국은 남미·남유럽과 다를 것이라고 믿나”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인용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 평가가 높지 않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경제 분야에서 ‘잘했다’는 평가는 47%에 불과한데 취임 100일 조사 때의 54%보다 긍정 반응이 떨어졌다”며 “‘일자리 정부’답지 않게 고용 상황은 나빠졌고, 수출 증가세마저 꺾여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라도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소득을 늘려 가면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언론은 문재인 정부에게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겨레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책 방향은 올바르다고 평가하며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파격적인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며 “재계와 보수 언론의 거센 반발로 논란이 컸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앞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들 정책이 안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협치' 강조한 평가는 한국당과 닮은 꼴

정치적으로는 야당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언론이 많았다. 중앙일보는 “야당의 협력 없이는 법안 하나도 처리하기 힘든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권의 협치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문재인 정부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한반도에 평화의 새 시대를 열고 현 정부의 개혁 과제에 동력을 만들자면 야당과의 소통이 절대적”이라며 “높은 지지율만 믿고 과속했던 정권은 예외 없이 ‘2년 차 징크스’로 고생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아일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하는 ‘적폐청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동아일보는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 기소되면서 정치보복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야권의 반발로 정치는 투쟁과 불통의 늪으로 빠져들었다”며 “문재인 정부가 1년 차에 역점을 둔 적폐 청산은 우리 사회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고 갔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이어 “조각(組閣) 때부터 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퇴까지 이어진 인사 참사로 청와대 인사·민정라인 책임론이 제기되고, 과거 정권의 적폐인 낙하산 인사를 답습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에 직면했다”며 “집권 2년째는 인사 문제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는 “문재인정부 1년, 한국형 협치는 신기루일까… 공과 평가도 극과 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야권과의 협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한국 정치시스템의 특성상 협치가 어렵다면서도 “이런 환경 아래에서 협력정치가 미흡하다고 할 때 그 책임의 크기는 아무래도 권력을 더 가진 여권 쪽이 더 떠안는 게 미덕”이라며 “당연히 그 중심에는 최고의 타협자이자 소통자이자 중재자로서 대통령이 자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치가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래도 정부·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 연합뉴스는 이어 “야당은 협치 악화의 책임을 비켜갈 수 있는가. 역시 그것도 아니다”라며 여야가 양보와 존중을 통해 국정과제와 인사 현안에서 협조할 것을 주장했다.

◇ 외교·안보 분야는 '합격점'

경제정책과 협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간 보여준 외교·안보 성과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줬다. 국민일보는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주면서도 한반도 평화구축에 일조한 문재인 정부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에 회의적이었고 대화론자들에게 ‘나이브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수집한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대북 정책을 시행했다. 미국 등 주변국들을 설득하는 데도 성공했다”며 “일촉즉발의 전운까지 감돌던 한반도 정세가 올해 들어 한층 안정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또한 적폐청산 노력과 대북정책에 대해 높은 점수를 매겼다.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 개인비리, 국정농단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등에 대한 엄격한 단죄를 통해 “부정한 권력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비현실적으로 보이던 ‘베를린 구상’을 현실화하고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 “중재자를 넘어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해온 지난 1년 성과에 관한 한, 칭찬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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