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아, 조현민 자매가 9년간 귀중품과 생활용품을 밀수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2일 경찰 수사를 마치고 귀가 중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갑질 논란으로 수사 중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언니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가 지난 9년간 귀중품 및 생활필수품을 밀수해왔다고 폭로한 제보가 나왔다. 제보에 따르면 조씨 자매는 대한항공 비행기 및 직원들을 동원해 물품을 밀수하며 관세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항공 해외지점에서 근무한 전직 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지난 2일 대한항공 직원들이 갑질 제보를 위해 개설한 카톡방에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녹취파일 2개와 밀수용 빈 가방을 보낸 일정이 담긴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제보자가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조씨 자매가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구매한 뒤 해외 지점에서 이를 취합해 해당 지역 공항 사무실로 전달했으며, 대한항공 비행기를 통해 물품을 운반한 후 인천공항 지점에서 다시 물품을 받아 조씨 자매의 자택으로 배달했다. 밀수한 물품은 명품가방 등과 과자류였다.

조씨 자매의 밀수는 일주일에 평균 2회씩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녹취록에서 전 대한항공 직원은 “아무런 검사나 허가없이, 엄청난 불법이죠. 밀수죠 밀수. 그걸 9년 동안 제가 했었어요. 일주일에 평균 2번, 두 번씩. 러기지 큰 거 하나, 중간 사이즈 하나”라고 증언했다.

조현아 전 대표의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수신인 명의가 변경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 발생 이전에는 조씨 자매의 밀수품 수신인 명의가 ‘DDA'(조현아 코드명)로 적시돼있었으나, 사건 이후에는 본사 모 과장의 이름으로 수신인 이름이 바뀌었다. 녹취록에서 또 다른 대한항공 전 직원은 “주문한 건 조현아, 조현민이에요. 받는 사람은 ○○○이겠죠. 조현아 사태 나고 나서 변경된 거에요. 그 땅콩회항. 그 전에는 정확하게 조현아 명의로 갔어요"라고 말했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이목이 집중되자 대한항공 해외지점 직원들에게 밀수와 관련된 증거들을 인멸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정황도 드러났다. 제보자는 “대한항공이 관리자를 통해 조씨 자매 관련 물품 운송 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가 공개한 녹취파일에도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 대화가 고스란히 녹음돼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밀수 의혹을 부인했다. 대한항공은 “당사의 해당 해외 시내지점 및 공항지점에서 오랜 기간 일한 직원 중 최근 퇴사한 직원은 없다”며 “따라서 제보자가 진짜 당사의 해당 지점의 직원이었는지 알 수 없으며 그 주장의 진실성 또한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서도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 지시를 내린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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