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 중인 홍준표 대표.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자유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의도와는 달리, 정상회담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한국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상회담 평가절하에 부담감을 느낀 한국당 후보군들이 지도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0일 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핵심 과제인 북핵 폐기 문제가 단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과거의 합의보다 후퇴했다”고 비난했다. 홍 대표는 이어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모호한 문구를 삽입해서, 향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비롯한 미국의 핵우산 정책도 무너뜨릴 빌미만 제공”했다며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 해제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지난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홍 대표는 26일 일본 아사히TV에 출연해 “남북정상회담을 실제로 지지하는 사람은 좌파들 뿐”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으며, 김성태 원내대표 또한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서 “현 정부가 개헌 때처럼 남북정상회담 결과도 쪼개 팔기로 장사하면서 쇼통, 광팔이 정권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정상회담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당장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 후보들은 당 지도부의 정상회담 평가절하에 유권자들이 떨어져나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은데다, 주춤했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도 정상회담 영향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 30일 발표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조사업체 별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86.1%, 한길리서치 85.7%, 에스티아이 79.4%, 리얼미터 70%를 기록했다.

이처럼 정상회담 여파로 문 대통령 지지도가 급상승한 상황에서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잇따라 정상회담에 대한 환영 입장을 밝히며 당론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평화를 향한 여정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님 수고하셨다. 국민과 함께 '해피엔딩'이 되도록 박수 치고 응원할 것”이라며 정상회담 성과를 환영했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또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남북정삼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데 대해 환영한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없이는 완전한 평화도 없다.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대해서도 확고한 반대 입장인 지도부와 달리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남 지사는 “(비준이) 앞으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너무 급하면 체한다”며. 북미회담 이후 구체적 합의내용이 나오면 국민과 국회에 대한 설득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비준에 동의하는 다른 야당에 비해서는 미온적이지만, 지도부의 강경론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직접적으로 지도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당 지도부가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정신 차리고 국민의 언어로 말하라”고 비난했다. 유 시장은 판문점 선언을 환영한다면서 “외교통일분야는 여야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북핵폐기와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집권 경험을 가진 야당으로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둔 가운데 한국당 지도부와 후보자들 간의 의견 대립은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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