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이코리아] MBC PD수첩이 지난 24일 방송한 박봄 마약 밀반입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김학의, 김수창 등 당시 검찰 실력자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른바 검찰 권력에 의한 '박봄 특혜설'이다.

박봄은 지난 2010년 10월 국제우편을 통해 각성제 ‘에더럴’ 82정을 친할머니 명의로 밀반입하려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에 의해 적발됐다. 에더럴은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과 덱스트로 암페타민의 혼합제로 국내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연방법에 의해 대리처방 및 해외 반출이 금지돼있다.

당시 검찰은 사실 확인 후 일주일만에 ‘입건유예’ 조치를 취하며 사건을 종결시켰다. 검찰이 밝힌 입건유예의 이유는 박봄이 연예인으로 신분이 명확하고 도주 우려가 없으며, 초범인데다 일주일 간 사용한 알약도 단 4정으로 정제·변환·배포의 의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약 4년이 지난 2014년 6월에서야 세간에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박봄 및 당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해당 약품은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들여온 것이며, 편의상 집에 상주하는 할머니댁을 배송지로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봄이 미국에서 약을 대리 처방받은데다 젤리가 담긴 용기에 에더럴을 섞어 몰래 반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 측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배승희 변호사는 이날 MBC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대리처방을 받았고 들여올 때 젤리와 섞어서 젤리로 보이기 위해 통관 절차를 했다는 점을 보면, 치료 목적이었다는 피의자의 변명은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지검에서 마약 수사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조수연 변호사 또한 “입건유예는 말 그대로 입건도 안하고 사건번호도 안 집어넣었다는 이야기다. 암페타민 82정을 몰래 가지고 들어오다가 적발된 케이스를 입건 유예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2010년 검찰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마약사건 피의자 5846명 중 불기소는 약 47.0%로 기소 45.0%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일반 마약사건의 경우 불기소는 82.2%, 이중 기소유예만 따지면 79.0%로 피의자 대부분이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대부분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댄 초범의 경우로, 치료과정을 거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대마의 경우도 불기소가 50.6%로 기소 44.5%보다 많으며, 불기소 중 기소유예만 따져도 전체 사건의 41.4%로 비중이 높다.

하지만 박봄 사건에서 문제가 된 암페타민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2010년 기준 검찰 통계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법규 위반사례 3689건 중 불기소 처분은 1405건으로 약 38.1%. 마약사건 전체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일반 마약사건의 불기소 비중(82.2%)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불기소 사유 중 가장 높은 것은 아예 검사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아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전체 사건의 18.6%)였으며, 피의자의 연령, 환경, 동기 등을 참작해 기소를 유예한 경우는 전체사건의 18.0%에 불과했다.

이러한 경향은 강화되는 추세다. 2016년 기준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불기소 비중은 28.6%로 낮아졌으며, 기소유예는 겨우 12.5%에 불과했다. 즉, 향정신성의약품과 관련된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대마나 일반 마약과는 달리 검찰에서 더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

게다가 박봄의 경우 대리처방, 젤리류 위장 등 밀반입 의사가 뚜렷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당시 내린 결론은 ‘입건유예’. 이는 아예 정식 형사사건화하지 않고 종결한 것으로 검찰의 범죄자 처분결과 통계에도 없는 항목이다. 다른 마약류에 비해 좀 더 엄격하게 다뤄지는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사건에서 확률이 낮은 기소유예도 아닌 입건유예로 결론이 난다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PD수첩은 당시 암페타민 29정을 밀반입한 일반인은 박봄과 달리 구속기소됐다면서, 유사 사건에 대해 검찰의 처분이 전혀 다른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이영기 당시 부장검사는 MBC 인터뷰에서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아마 그때 다른 뭔가 있었을 거다. 밖에서 알지 못하는 뭐가 있었을 거다”라고 답했다.

MBC는 이날 방송에서 당시 수사라인을 공개하며 박봄 사건 수사에 외부 입김에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맡았던 인천지검 수사라인에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포함돼있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2014년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돼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바 있으며, 김 전 차관은 2013년 밝혀진 ‘별장성접대동영상’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김 전 지검장은 당시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로 입건유예 결정을 내린 담당자였으며 김 전 차관은 그 직속상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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