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V2X기술은 차량과 도로인프라(V2I), 다른 차량(V2V), 보행자(V2P), 전력망(V2G)과의 통신을 의미한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120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며, 한국 인구와 맞먹는 5천만명이 부상을 당한다. 3년전 영종대교에서는 안개로 무려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고, 지난 1월 중부고속도로에서는 차량하부에서 떨어진 낙하물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만약 V2X기술이 보편화된다면 위와 같은 사고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V2X기술은 위에서 언급한 선행차의 급정거 정보나 낙하물 정보, 도로변을 이동하는 보행자정보를 실시간으로 차량에 전달하여 더욱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고, 차량정체로 인한 에너지 낭비는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실시간 교통정보, 버스도착 안내 등을 골자로 하는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을 운영해왔다. 이러한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활성화될 V2X기술을 등에 업고 상호협력적인 교통정보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서세종IC에서 국도1호선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보행자검지기, 돌발상황검지기 등을 설치하고, 사고를 줄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더욱 활성화될 V2X기술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차량과 도로, 차량과 차량간의 통신기술

V2I기술로 똑똑해진 도로는 전방에 낙하물이 있거나 아스팔트가 움푹 파여진 포트홀, 강우, 우박, 결빙으로 미끄러운 곳이 있다면 이를 미리 운전자에 알려주어 차량을 감속하도록 유도한다. 미국의 오하이오주는 33번 회랑에 600미터 간격으로 검지기와 송수신기를 설치하고, 버스나 구급차 등에도 OBD장치를 탑재하여 V2I기술을 시험하는 계획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프로젝트에는 5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2년전 개통된 제2영동고속도로에는 이미 500m~1km 간격으로 차량검지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 시스템은 5분 간격으로 차량의 속도나 크기, 교통량 등을 감지하여 지능형교통시스템에 자료를 전송한다. 고속도로에 설치된 센서들도 강수량, 풍향, 풍속 등의 정보도 조사하여 교통정보시스템에 알려주기도 한다.

V2I기술이 차량과 도로 통신이라면 V2V은 주행 중인 차량들을 연결하는 무선통신기술이다. 이 기능이 탑재된 차량은 흔히 ‘커넥티드카’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국 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일정한 범위내의 자동차들이 서로 무선통신을 주고받을 경우, 상호 충돌 위험성은 무려 80%나 줄어든다고 한다.

차량에 장착되는 OBD포트는 원래 고장진단이나 배기가스제어를 위하여 개발되었다. 미국에서 2008년부터 판매되는 차량은 ISO 15765-4의 규격에 따른 OBD2포트를 계기판 아래나 재떨이 부근에 장착하고 있다. 이 OBD2포트는 최근 V2X 장치의 연결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비’와 같은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는데, 이 장치는 10만원대의 가격으로 차량을 사물인터넷 시스템에 편입시킨다.

주비의 경우 회사가 보유한 여러 차량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연료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하며, 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주비로 축적된 교통정보들은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하여 교통안전이나 효율적 차량운영에 활용된다. 한국의 일부 네비게이터 업체는 OBD2포트를 활용하지 않고도, 동일한 스마트폰앱을 이용하는 사용자들끼리 사고위험성을 전파하며 경고음을 발송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중력센서로 포트홀 등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국가도 있다.

 

차량과 내부기기, 보행자, 전력망과의 통신기술

V2N통신기술은 차량과 다른 모바일기기 간에 유·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운전 중 휴대폰사용에 2만원에서 16만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하는데, 이미 오래전 안전운전을 위한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이 보편화되었다. 필자는 그동안 다양한 2DIN 규격의 차량용 모니터와 1DIN 규격의 DVD플레이어 관련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차량용 오디오 메뉴얼 제작에도 10여회 참여하면서 메카트로닉스 기기들의 발달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에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안전주행을 위하여 후방감시카메라, 후방레이더와 핸즈프리 기능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MP3플레이어는 카팩이나 FM신호를 이용하여 차량과 연결되었으나, 이내 차량 대시보드에 직접 내장되기 시작했다. 이동 중에 TV시청을 가능하게 했던 지상파DMB나 위성DMB는 최근 고화질 HD DMB 방송으로 대체되고 있다. 노트북보다 내구성이 강화된 다양한 2DIN규격의 차량용PC가 잠시 등장하기도 하였다. 다양한 오디오나 엔터테인먼트 기기들의 등장으로 핸들에 위치한 각종 버튼들은 이들과 연결되기 도 했다.

필자는 차량용 오디오를 취급하는 중국내 협력업체가 운영하는 차량에 탑승할 기회가 있었다. 그 차량은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장비들을 다수 장착하고 있어 자동차와 디지털기기의 접목을 잘 보여주었다. 차량의 헤드레스터, 선바이저, 천정이 모두 모니터를 내장하고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었고, 차량의 내부는 방송중계차나 관제센터를 연상케 하였다. 필자는 싱가폴과 인근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2층 버스를 자주 이용했는데, 일부 좌석은 이미 개인용 TV, 게임기와 안마기까지 내장하여, 항공기나 찜질방 휴게실을 연상시켰다.

다양한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장비들은 테블릿PC에 통합되더니, 이내 차량의 대시보드 자체가 테블릿PC로 변환되었다. 최근에 출시된 테슬라의 차량은 라디오, CD플레이어, 차량온도 조절기 등의 장치들이 모두 사라지고 거대한 태블릿 PC가 대시보드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차량은 인공지능과 연결된 컴퓨팅센터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량은 운전자의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운전자의 전화를 대신 받고, 원하는 상대방에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읽어준다. 주행 중 운전자의 질문이나 지시는 조수석 탑승자가 아니라 차량의 인공지능비서가 처리하고 있다. 미래의 자율주행자동차는 더 나아가 주인이 하차하면 충전소를 찾아가 전기를 자동으로 충전하거나, 공유경제와 연결되어 차량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승객을 태워주고 수익까지 자동으로 창출할 것이다.

V2P기술은 차량과 보행자와의 통신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바일기기를 가지고 다니므로, 보행자들의 이동 정보가 차량에 실시간으로 전달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최근에 출시된 미아방지장치는 아동이 부모와 멀어지면 경고음을 울리지만, V2P기술은 그 반대로 작용한다. V2P기술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행자들과의 사고도 예방할 수 있고, 행단보도 건너 쪽까지 먼저가기 시합을 하는 어린아이들의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다. 중상자를 예방하기 위하여, 차량과 오토바이, 자전거, 개인용이동체 사이의 통신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아닌, 일반 차량에도 보행자 감지를 위한 적외선 센서의 탑재가 확대되고 있다.

연료전지를 내장한 수소자동차는 또 다른 방법으로 활용된다. V2G는 차량과 전력망의 통신기술로 차량이 소형 이동발전소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활용된다. 한국의 경우 전국 어디나 저렴한 전력이 끊이지 않고 공급되지만 인도, 방글라데시 등의 국가는 전력사정이 원활하지 않다. 필자가 일하던 인도의 공장과 사무소에는 건설현장이나 방송촬영에 사용하는 거대한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들 국가에서 V2G 기능을 탑재한 연료전지차량은 전력이 필요한 전력망에 추가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전력요금을 받아올 수도 있다.

 

V2X와 관련된 통신규약

V2I통신과 관련하여 이미 WAVE, DSRC, C-V2X 등의 다양한 무선 통신규약이 제정되었다. 미국의 IEEE는 WAVE를, SAE는 DSRC(단거리전용통신)규약을 V2X용으로 내놓았다. 이 2가지 규약은 모두 와이파이와 같은 5.9GHz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기존의 와이파이는 V2X에 대응하기 위하여 IEEE 802.11p나 IEEE1609 등의 규약으로 개선된 것이다. 이 기술은 별도의 이동통신 요금이 부과되지 않으며, 기지국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필자는 10여년전 도시국가인 싱가폴에서 운전한 적이 있다. 시내 운전을 위해서는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한 후, 도심을 주행하면서 도로상단에 설치된 징수시스템인 ERP로 여러 곳에서 혼잡통행료를 자동으로 납부했다. 싱가폴의 최신 요금징수시스템은 이 DSRC규약을 이용하고 있었다.

WAVE나 DSRC가 무선랜기술을 이용하는데 반하여 C-V2X 규약들은 휴대폰 통신기술을 이용한다. C-V2X와 관련된 LTE-V2X기술은 작년에 이미 표준화가 이루어졌고, 5G-V2X 관련 기술의 표준화는 내년말에 완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에 활발히 시연중인 5G기술의 경우 다양한 사물인터넷 기기들의 연결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5G의 경우 1제곱킬로미터 당 연결가능한 장치가 백만개에 이른다. 도로에 다양한 감지기를 촘촘히 설치하더라도 넉넉히 이를 수용할 수 있다. 5G기술은 다른 차량이나 사람, 도로와의 교신을 위하여 무려 초당 10회나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DRSC 규약보다는 2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퀄컴, 삼성전자, LG전자, 사바리, 화웨이 등의 IT업체도 V2X와 관련 칩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아우디, 닛산, 포드 등의 자동차 업체는 이들을 차량에 탑재하여 테스트를 진행하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V2X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안테나, 디스플레이, 스마트카드 등의 보조적인 장치들을 차량에 탑재되어야 한다. 미국의 국토부는 2016년 이미 차량에 V2V장비탑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장비를 탑재할 경우 차량의 비용은 대략 28만원 이상 인상된다. 플로리다의 탐파 지역의 고속도로 운영기관은 시범적으로 1,500개의 자동차, 10대의 버스에 관련 기기를 장착하고 500명의 보행자가 참가하도록 하는 V2X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판매된 일부 프리우스 모델은 위치, 속도, 목적지 정보를 같은 차종끼리 공유하기 시작했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2021년부터 생산되는 도요타와 렉서스의 모든 차량에 V2V와 V2I 통신기술을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V2X가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역기능도 여전히 존재한다. 2015년 체로키 지프에 대한 해킹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하였는데, V2X 관련 통신이 해킹될 경우 고의적으로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국가별로 할당된 주파수 대역의 차이로 V2X와 관련된 통합된 규격의 제정이 쉽지는 않지만, 안전하고 쾌적한 주행을 위한 표준안의 마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 국가들은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V2X 기술을 차량에 의무적으로 채택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 보편화될 자율주행자동차는 내장된 V2X기술로 서로 소통하면서 승객들을 더욱 안전하게 운송하고, 불필요한 공회전이나 차량정체로 인한 에너지의 낭비를 크게 줄여줄 것이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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