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휴일이면 산에 가는 것은 거기에 건강한 식생을 가진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늘 자연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최대한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게 정원의 시작이다. 그래서 자연을 Nature 라고 한다면 정원은 Second nature 라고도 부른다. 정원은 자연과 교감하는 채널이다. 정원가꾸기를 한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정원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계절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연중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지 하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공공정원의 입석 조경석 주변에 식재한 튜립들이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다. 바위아래 부분에 돌단풍이나 수선화가 있었더라면 더 잘 어울렸을 듯싶다>


  요즘 산야가 너무나 아름답다. 아마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아닐까 싶다. 막 나오는 새순의 연초록부터 늘 상록인 소나무 같은 진초록에 이르기까지 모두 눈부시다. 녹색만 진한 정도에 따라 나누라 해도 아마 5단계로 나눌 수 있을만큼 색들이 선명하게 차이가 난다. 게다가 흰색의 산벚꽃들이 곳곳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생명이 넘치는 자연의 모습이다.

이런 경관은 열대지방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우린 4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게 아닐까 싶다. 봄이 되면 정원에서도 꽃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원이 아름다운 조화를 갖추려면 설계가 중요하다.

가족과 함께 정원의 어디에 뭘 심을까를 생각하고 의논하는 것은 자기가 살집을 계획하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일이다. 식물을 심고 난 뒤 꽃이 활짝 피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하면서 완성도 높은 시공계획을 짜야 한다. 공간별로 어떤 꽃을 심을까 그곳의 생태환경에 적합한 식물을 하나하나 정해가는 것은 이미 가드닝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구체적인 식재 품목도 정하고 잔디밭, 파고라나 화덕(fire fit), 정원등, 터널, 가족만을 위한 시크릿 공간 등을 구성하자.  구성이 잘 짜여지면 실제 시공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주택앞 조경석 틈에 식재한 백리향(크리핑타임) 군락들이 생육에 최적의 장소인 듯 맘껏 자라면서 잡초도 꼼짝 못하게 한다>

구체적인 시공계획을 짤 때 필요한 사항들을 하나씩 열거해 보자. 그러니까 개략적인 공간구성(burble plan)이 만들어지면 공간별로 세부 시공계획을 짜게 된다. 우선 동선부터 주동선, 보조동선, 징검다리 동선을 배치도상에 그린다. 동선의 폭, 길이를 정하고 바닥을 어떤 종류(판석, 자갈, 지픽스, 야자매트 등 이용 가능 재료가 무척 많다)로 할 것인지, 경계면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정한다. 

징검다리 수준의 동선까지 정해지고 나면 식물 식재계획을 세운다. 예컨대 잔디밭의 경우를 보자. 어떤 잔디(들잔디, 금잔디, 서양잔디 등)를 심을 것인지 잔디는 평묘로 심을 건지 줄묘로 심을 건지, 그렇다면 식재본수는 어떻게 되는지를 계산해 반영해야 한다. 특히 잔디밭은 정원의 품격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조성위치(볕이 잘 들어야 함)나 식재종류 등의 선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늘터널(파고라 포함)의 경우는 터널길이는 얼마나 할건 지 터널골격은 일반 파이프로 할 것인지 목재로 할 것인지를 정하고, 여기엔 어떤 덩굴식물(등나무, 다래류, 으름덩굴, 마삭줄이나 백화등, 송악덩굴, 장미류나 찔레 종류 등)로 덮을 것인지, 심을 종류가 결정되면 재식밀도를 고려하여 몇 주가 필요한지, 얼마나 큰 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을 최대한 상세히 짜야 한다. 

식물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4계절 계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목본류(화목류, 관상수, 관목, 교목, 상록수, 낙엽수, 수양형)나 초본류(일년초, 숙근초, 알뿌리 등)의 적절한 배합이 중요하다. 셋째 내가 선호하는 색상이 반영되어야 한다. 넷째 식재후 유지관리를 위해 얼만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지도 중요한 요인이다. 계절변화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변화무쌍한 1년 초화류들이 많지만 관리에 그만큼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시간과 비용이 충분하다면 일년초화류나 야생화 등을 중심으로 하되 그렇지 못하다면 야생화나 화목류 위주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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