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주회사 및 4개의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을 계획 중인 효성이 자회사 정관에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포함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거래소 또한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1일 논평을 내고 효성이 4개 분할자회사의 정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주)효성 정관에 있는 독소조항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주)효성의 정관에는 “주주만이 다른 주주를 대리하여 주주총회에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집중투표를 배제하도록 하고 있으며, 상법 제399조에 따른 이사의 책임을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는 3배)의 범위 내에서 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조항이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이사들의 책임경영을 어렵게 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시 1주 1표가 아니라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표를 행사하는 제도로,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우리나라도 1998년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정관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도입율은 높지 않다. 효성 또한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지침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정관변경안에 반대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사의 책임제한 규정은 주주가치 제고에 반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효성이 회사분할을 하면서 신설회사들에 이런 정관의 내용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결국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미흡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국거래소에 대해서도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정관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효성은 지난 1월 3일 인적분할 후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밝히자 한국거래소는 약 2개월간의 숙고 끝에 지난달 14일 상장예비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내렸다. 

한국거래소는 “신청회사의 기업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제도 개선사항 및 추가 개선계획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을 판단 근거로 내세웠으나, 경제개혁연대는 “회사 구성의 기본 요소인 ‘정관’에 주주의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여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내용이 상당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분할계획서를 하나의 안건으로 포괄 승인하도록 규정된 현행 상법에 대해서도 개선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 상법 상 분할계획서를 승인하면 정관 내용이나 임원 선임 등의 사안도 일괄 승인되기 때문에, 세부 사항에 불만이 있어도 분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이상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임원 선임,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분리 상정해 주주들의 문제제기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효성은 오는 6월 1일자로 존속법인인 지주회사(㈜효성)와 △효성티앤씨(섬유·무역) 부문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화학(화학) 등 네 개의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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