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샌브루노에 위치한 유튜브 본사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3명이 부상당하고 용의자가 사망했다. <사진=NBC뉴스 방송화면 캡쳐>

[이코리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에 위치한 유튜브 본사에서 3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해 3명이 부상을 당하고 용의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용의자는 이날 낮 12시45분 경 유튜브 본사 건물 외곽에서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무차별 총격으로 3명이 부상을 당한 후 용의자는 가지고 있던 총기를 사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샌 브루노 경찰은 이번 총격사건의 용의자가 39세의 여성 ‘나심 아그담’이며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행 동기는 나심 아그담이 올린 영상에서 확인됐다. 나심 아그담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영상제작자로 지난해 1월 유튜브 채널에 '차별과 필터링을 당했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유튜브가 내 채널 조회수가 올라가는 걸 막고 있다"며 "유튜브나 다른 영상 공유 사이트에선 평등하게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에는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리고 "유튜브에 운동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선정적으로 보인다며 어린 시청자들을 위해 나이 제한을 걸었다"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로 인해 자신의 영상 조회수가 줄어 제대로 된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유튜브는 최근 총기와 관련된 동영상을 강력 규제하겠다고 발표하고 총기 광고 및 개조 영상 등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발생한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한 총기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 하지만 유튜브는 총기 규제 정책을 시행한지 불과 2주 만에 총격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유튜브 본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IT업계 관계자들도 총기 반대 여론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회연결망서비스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런 일이 우리 학교나 직장, 공동체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 정책들을 진화시킬 시간이 지났다”고 말했다. 자동차공유업체 우버의 CEO 다라 코스로샤히 또한 “우버의 일원으로서 유튜브와 구글의 모든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며, 첫 번째 목격자의 영웅적인 행동에 감사한다”며 “또 다른 비극 앞에서 우리는 다시 총기폭력의 종말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첨단기술산업 분야의 거물들이 유튜브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 내 규제 여론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플로리다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총기 규제는 미국 사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달 24일에는 해당 사건의 생존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이끄는 가두 행진이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면서 트럼프 정부에 총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플로리다 총기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을 총기로 무장시키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아 빈축을 샀다. 지난달 28일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총기소유 권리를 명시한 수정헌법 2조는 절대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구글트렌드로 확인한 지난 90일간 미국 내 총기규제(gun control) 관심도 변화. <자료=구글>

총기 규제는 미국에서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기돼온 이슈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지부지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실제로 구글트렌드로 확인한 결과 지난 2월 총격 사건 이후 총기 규제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그라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총기 반대 시위와 이번 유튜브 총격 사건으로 인해 핵심이슈로 재부상하면서 트럼프 정부로서도 여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애플 CEO 팀쿡,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 등 업계 관계자들은 연이어 유튜브 사태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유튜브 CEO 수잔 보이키치는 “경찰과 첫 번째 목격자의 빠른 대응에 감사한다. 우리는 오늘 부상과 충격을 받은 모든 이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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