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을 재차 비난했다.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이코리아] 트럼프 대통령이 월가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가시화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아마존에 대한 반복된 공격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노선을 지지해온 월가도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뉴욕증시는 2분기 첫 거래일인 지난 2일(현지시간) 월가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90% 하락한 2만3644.19포인트를 기록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23% 하락한 2581.88을 기록했다. 기술주 현황을 반영하는 나스닥지수 또한 전일 대비 2.74% 하락한 6870.1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정책이 월가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이 세금을 탈루하고 있으며 영세 상인들을 밀어내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미 우편시스템을 제대로 된 요금도 내지 않고 배달부처럼 전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난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에 아마존을 비난하는 글을 재차 올렸다.

문제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된 비난이 업계 전반에 불안감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 UBS 증권의 자산 배분 책임자 에린 브라운은 2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처방도 제시하지 않고 아마존을 불러대는 것은 시장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웨드부시증권의 이안 위너 주식부문 대표 또한 “아마존 최고경영자(제프 베조스)와의 개인적 갈등으로 시작된 이런 형태의 기업 비난은 자유 시장 개념에 반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FAANG'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은 지난 2주간 약 5~11% 가량 하락세를 겪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 영향력이 큰 아마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된 공격은 기술주 급락세를 가속화한 셈이 됐다. 아마존의 시장가치는 지난 2일 하루만에 약 360억 달러 가량 하락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월가의 근심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중국에 대한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중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일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인 멕시코를 상대로 마약과 이주자 문제를 방치한다면 NAFTA를 폐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월가는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왔다. 실제로 2016년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뒤 지난 1월까지 다우지수는 약 8000포인트나 상승했다.

하지만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행동에 든든한 우군이었던 월가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그동안 상상해본 적도 없던 무역전쟁을 걱정하고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 것. 실제로 지난 1월 이후 무역전쟁과 기술주 폭락으로 다우지수는 다시 3000포인트나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행동이 그만의 독특한 협상 전략일뿐 무역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하고 있다. 국제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킴 월러스 이사는 지난 1일 “대통령은 미국의 최대 무역파트너인 두 나라에 대한 위협이 더 빨리 상호 호혜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중국·아마존과 ‘밀당’을 하는 동안 월가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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