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잔디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3개 게임업체에 대한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게임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허위로 표시해온 게임엄체들이 징계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 넷마블, 넥스트플로어 등 3개 게임사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확률 및 획득기간과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는 등 거짓·과장 및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2550만원 및 과징금 9억8400만원을 부과했다.

◇ 확률 숨기고 한정 이벤트 재탕... 매출 늘리려다 '철퇴'

3개 게임사중 넥슨은 과태료 550만원, 과징금 9억3900만원 등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넥슨은 지난 2016년 FPS게임 '서든어택'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16개의 퍼즐조각을 모두 수집한 사용자에게 부가기능 및 연예인 행사 초대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넥슨은 퍼즐조각마다 획득확률이 다른데다 일부 조각은 확률이 1.5% 이하로 설정돼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16가지 조각이 랜덤 지급된다고만 설명했다. 당시 사용자들은 “특정 조각이 잘 나오지 않도록 설정돼있는 것 같다”, “각각의 퍼즐조각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 알려 달라”고 사측에 항의했으나 구체적인 확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기만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넥슨은 이 밖에도 카운터스트라이크2 온라인에서 아이템 구매에 따른 청약 철회의 권리 등을 적절하게 고지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넷마블은 '마구마구',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에서 획득 확률을 과장하거나, 아이템을 특정 기간에만 한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처럼 허위로 홍보한 혐의로 과태료 1500만원과 과징금 45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넥스트플로어 또한 '데스티니차일드'에서 획득 확률을 부풀리거나 가격 인하 이벤트를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들을 기만한 혐의로 과태료 5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 게임업계 자율규제, 실효성 의문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업계의 해묵은 논란거리다. 확률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이나 외양을 가진 아이템이 주어지는 이 시스템은 국내 게임업계의 가장 중요한 수익 창구로 활용돼왔지만, 제대로 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사행성 심리를 부추긴다는 비난도 함께 받아왔다. 게임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국산게임이 외산게임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규제를 주장해왔다. 실제로 게임업계는 지난해 2월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를 꾸리고 규제 미준수 업체를 공표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자율 규제의 실효성에는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은 2017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거의 대부분 (게임사) 매출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기록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율규제는 ‘허구’다. 거기에 기대서 시장 정상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평가위는 출범 후 3차례에 걸쳐 규제 미준수 게임을 공표했으나, 이번 공정위에 징계를 받은 3개 업체의 게임들은 포함된 적이 없다.

국내 게임업계의 과도한 매출 집착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며 “현재 한국 게임산업은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뛰어난 게임을 개발한 능력이 넘치는데도 확률형 게임에 빠져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지 않은 게임들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선전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의 경우, 매출 증대를 위한 확률형 아이템 도입 및 기간 한정 이벤트 등을 상대적으로 적게 도입했으나 현재 NC소프트의 ‘리니지M’에 이어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또한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지 않았거나,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만 도입한 사례다.

◇ 넥슨·넷마블 “대응 검토”, 넥스트플로어 “징계 수용”

한편 이번에 징계 대상이 된 게임사들은 공정위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넥슨은 “서든어택에서 진행한 퍼즐조각 이벤트는 이용자들에게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무료 혜택에 해당하는 퍼즐조각 확률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랜덤이라는 문구는 상이한 확률임을 전제한다. 과징금 부과 산정 기준에 있어서도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법적인 판단을 받고자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넷마블 또한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70여종의 게임 대부분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나, 과거 3개 게임에 대해 착오가 있어 이용자들에게 이미 사과공지를 통해 설명했고 개선조치도 완료했다”면서 “공정위의 의결서를 받으면 자세히 살펴보고 신중히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넥스트플로어는 “확률 이슈 발생 후 대표 명의 공식 사과문을 공개했으며, 확률 정정 후 게임 내 재화를 유저에게 100% 환급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향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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