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한미FTA 개정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한미FTA 개정협상에 인위적 통화 절하를 방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졌다. 외신들은 해당 조항이 강제성이 없어 상징적인 의미만 지닌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국내 일부 언론에선 이면 합의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새 무역정책과 국가 안보를 위한 한국 정부와의 협상 성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미FTA 개정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은 철강관세 면제, 픽업트럭 관세 유지 등으로 대부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이후 발표한 내용과 일치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 환율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항목에 세 번째로 기재돼있어, 이에 대한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통화 합의’(Currency agreement)라는 소제목이 달린 해당 항목에는 “미국 재무부는 한국 기획재정부와 통화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무역 및 투자의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 경쟁적 통화절하와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강력한 규정에 대한 합의(양해각서)가 마무리되고 있다.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약속 또한 조항에 포함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외신들도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환율 문제가 '부가 합의'(side-deal)로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경쟁적 통화절하, 자동차 및 제약업체 합의 등을 포함한 무역협정 개정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또한 27일 인위적 통화절하를 방지하기 위한 부가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 조항이 타국과의 무역협정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 무역대표부 보고서 내용. 3항에 통화 합의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자료=미 무역대표부>

하지만 외신들은 해당 조항이 부가 협약으로 강제성이 없다며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장기간의 법적 승인 절차를 피하기 위해 개정협상에 부가 합의를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환율문제에 관한) 해당 조항은 상징적인 효과를 가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공식 합의문의 다른 조항들과 달리, 환율 조항은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패널 설치나 보복 제재 등의 수단을 통해 강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미 3년 전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오바마 전 정부는 지난 2015년 환율조작과 관련된 부가협약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추가하려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미 하원 158명(민주당 136명, 공화당 22명)은 환율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조항이 TPP에 포함돼야 한다며, 강제성 없는 부가 협약 추가에 반대하는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는 미국 측 발표 내용에 대해 환율문제와 FTA 합의는 “별개의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9일 “한미 FTA와 철강 협상이 한 틀에서 진행된 면이 있지만 환율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라며 “산업부는 환율을 담당하는 협상가가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 또한 “환율문제는 이 문제(철강관세 및 한미FTA개정협상)가 논의되기 몇 달 전부터 미국 등 환율과 관련된 다자간 협상을 통해서 이미 논의를 해오고 있었다”며 “전혀 다른 트랙으로 환율문제는 가고 있었던 것인데, 미국이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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