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앞에 모인 시민들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상했다. 태극기 부대가 없었다. 휘날리는 태극기 대신 이명박(MB) 구속을 촉구하는 현수막만 즐비했다. 실제로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감방가기 딱 좋은 날’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태극기 행렬은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태극기 하나가 꽂혀 있긴 했다. MB 자택 대문 언저리에.

이런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 때와 비교된다. 그날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든 건 기본이고 울고 쓰러지고 드러누우면서까지 불타는 충성심을 보였다. MB는 정반대였다. 울고 불고 쓰러진 지지자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외침만 있었다.

이날 9시 14분경 이 전 대통령이 자택을 나오자 성난 시민들이 외쳤다. 한 여성은 "이명박을 구속하고 비리재산 환수하라"고 소리쳤고 또 다른 중년 남성은 "가훈이 정직이라더니 끝까지 거짓말만 일삼으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 희망을 빼앗은 이명박을 당장 감옥에 보내라"고 질타했다.

그래도 그렇지 태극기 하나 없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재임 시절은 물론이고 최근에도 보수의 단결을 외치고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한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닐 터.물론 이 전 대통령 옆을 지키는 이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을 지낸 측근들이 대부분이고 일반 시민 지지자들은 없었다. 도대체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지난해 3월 21일,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리 혐의로 소환된 전직 대통령들에겐 대부분 열성 지지자들이 있다. 박근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사모’ ‘노사모’로 통칭되는 열렬 지지자들이 있다. 이들은 주군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온 몸을 던져 구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금도 구치소 주변을 맴돌며 주군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소환 당시 지지자들이 김해 봉하마을에 모여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 노란 풍선을 흔들며 환송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청에 도착했을 때도 지지자들이 노란 풍선과 손수건을 들고 나와 응원을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날은 태극기 하나, 손수건 한 장 흔드는 이가 없었다. 국민에게 밉보인 전직 대통령의 말로를 상징하는 것인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유배를 떠났을 때도 그를 동정하는 시민들은 없었다. 그래서 떠오른 구절 하나.

‘民을 버리면 民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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