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별사절단을 태운 특별기가 5일 오후 2시경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1시 50분경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북한으로 출발했다. 보수 언론들은 특사단의 이번 방북 일정동안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확답을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중도 및 진보 성향의 언론에서는 남북대화의 첫 단추인만큼 조급하게 굴지 않고 상대의 의중을 탐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실장을 비롯해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은 지난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2차례 방문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북한 고위 인사들을 비롯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면담 등이 계획돼있어,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를 위한 디딤돌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 보수언론, “비핵화 확답 얻어야…”

이날 북한으로 향한 특사단에 대해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들은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핵화 없이 북미대화도 없다”는 미국 내 주요 안보관계자들의 입장과 동일하다.

조선일보는 이날 “한반도 명운 가를 대북 특사 방북 국민이 주시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경제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비핵화라는 문제의 본질은 비켜가면서 한·미 훈련과 북핵·미사일 실험 동시 중단, 이산가족 상봉 등을 내걸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이 정부 측 인사 상당수가 북핵 폐기를 포기하고 '핵 있는 평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를 포기한 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여론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방북은 북핵이란 암 덩어리를 더 키우는 빌미가 됐다”며 “어떤 현란한 제안도 '비핵화'가 아니면 기만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 “정의용·서훈, ‘북-미 중매인’ 아닌 당사자로 비핵화 요구하라”에서 특사단에게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 없이 남북관계는 한 치도 진전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며 북미대화를 위한 중개인이 아닌 “북핵문제의 당사자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또한 사설 “김정은과 첫 직접 대화 … 비핵화 뜻 있다 언급 꼭 끌어내야”에서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논의에 나설 의향과 상당 기간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언급 정도는 얻어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은 그런 수준의 성과가 도출돼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를 표명한 뒤에 논의하는 게 순서다”라고 주장했다.

정의용 수석대북특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특별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민·한겨레,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

반면 국민일보는 특사단에게 조급하게 비핵화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향후 이어질 대화의 첫단계로서 신중하게 회담을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 “김정은 만날 대북특사단, 성과에 연연할 필요 없다”에서 “특사단이 이틀 만에 북·미 대화를 진전시킬 결정적 모멘텀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이다”라며 “지금은 지나친 기대를 자제하며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 없이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북한은 핵 포기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기 때문. 국민일보는 “특사단이 북·미 대화를 중재하지 못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라며 “직접 확인한 북한 수뇌부의 생각을 분석해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당장의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정 실장이 “김정은의 생각을 트럼프 행정부에 누구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양보 없는 북미 양측을 조율해나갈 것을 기대했다.

한겨레 또한 이날 사설 “정의용·서훈 특사, 한반도 정세전환 첫 단추 끼우길”에서 특사단에게 한걸음에 비핵화로 내닫기보다는, 비핵화를 향한 ‘징검다리’ 역할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당연한 얘기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한반도 비핵화란 ‘숭늉’을 마시려면 조급해하지 말고 실행 가능한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선언하고, 한·미가 군사훈련에서 융통성을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미 양측이 양보 가능한 조건을 찾아 북미대화를 위한 실마리를 이어가자는 뜻이다. 한겨레는 “‘비핵화 아니면 대화 중단’이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수구·냉전적 태도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며 특사단에 반발하는 야권에 대해 “전형적인 묻지마 반대”라고 꼬집었다.

◇ 경향·한국, “북한에 바통 넘어가”

한편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특사단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역내 긴장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북한의 책임을 강조했다. 경향은 이날 사설 “정의용·서훈 대북 특사를 맞이하는 북한의 자세”에서 북미 양측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런 불신과 의구심을 돌파하고 북·미대화를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에게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할 생각이 있다면 이번 특사단 방북이 절호의 기회”라며 핵·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 등을 통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일보 또한 사설 “특사단 방북…김정은, 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직시해야”에서 김 위원장에게 확실한 태도 변화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특사단 파견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대화 정국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며 “김정은이 대북제재 해제,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거나, 핵군축을 토대로 하는 비핵화를 거론한다면 특사단 중재는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특사단 중재의 성패는 결국 김정은의 태도와 선택에 달렸다”며 북한이 이번 특사단 파견이 지니는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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