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사임할 뜻을 밝히면서 북미대화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 대북대화론자인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번 주말 사임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국무부 내 인재 유출현상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국무부가 대북정책에서 점차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표는 지난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또한 “그가 사임하게 되어 유감이다. 하지만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신뢰할만한 대화를 개시하는데 동의할 때까지,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최대한의 압박에 근거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963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인 윤 대표는 1985년 국무부에 발을 들인 이래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등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외교커리어를 쌓아왔다. 지난 2016년 10월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된 이후부터는 오토 웜비어 송환을 위해 북한 대표와 긴밀히 접촉하는 등 대북 대화의 핵심 인력으로 활약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해왔다. 윤 대표는 이달 초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정책은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것이다. 우리도 대화를 원한다고 반복해서 말해왔다”며 “군사옵션을 포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지만, 우리가 군사옵션에 근접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윤 대표의 사퇴를 두고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일변도로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국장은 이날 CNN을 통해 “윤 대표의 사임은 중요한 시기에 처한 미 정부에게 큰 손실”이라며 “윤 대표는 대화와 외교의 대변자로 미 정부 내에서 그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표는 북미대화가 진행될 경우 양측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적임자로 지목돼왔다. 지난해 5월에는 오슬로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을 만나 북한에 억류돼있는 미국 포로의 송환 문제에 대해 협의를 나누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지만, 북미대화의 유력한 실무책임자가 자리를 떠나게 되면서 향후 대화의 진전 가능성을 전망하기는 어렵게 됐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무부 인력의 ‘대탈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국무부가 외교적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이에 좌절한 외교인력들의 사임 러쉬가 이어졌다는 것.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틸러슨 장관이 북미 대화를 언급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간 낭비”라며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틸러슨 장관도 국무부 인력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무부 조직 개혁에 나서면서 기존 인력의 이탈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케냐에서 근무하던 한 국무부 직원이 “날이 갈수록 이 임무는 소용이 없어지고 있으며 부처의 경험 많고 능력있는 직원들 다수가 떠나고 있다”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국무부가 외교적 영향력을 국방부에게 빼앗긴 채 역할이 축소되고 있으며, 틸러슨 장관도 제대로 된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토머스 새넌 주니어 국무부 정무차관도 최근 35년간의 근무 경력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하며 “트럼프 정부가 국무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에 많은 외교관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대표의 사임도 이같은 국무부 내부 갈등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 윤 대표의 사임 후 북미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