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창작자 플랫폼으로 시작한 카카오 스토리펀딩이 점차 지원분야를 확장하며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카카오 스토리펀딩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콘텐츠 창작 지원 플랫폼으로 시작된 카카오 스토리펀딩 서비스가 점차 지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펀딩 참여자 39만명, 펀딩 모금액 140억원을 돌파하며 창작자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는 스토리펀딩은 기존 지원 분야였던 언론·예술을 넘어 청년 스타트업과 소규모 농가, 중소제조업체 및 과학기술 등 다양한 곳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 ‘뉴스펀딩’에서 ‘창작자 플랫폼’으로

카카오 스토리펀딩은 뉴스 콘텐츠를 비롯해 책·영화·음악·공연 등 각 분야의 창작자들이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5년 10월 시작된 서비스다. 콘텐츠 창작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향후 계획과 후원자들에게 주어질 보상 등을 공개하면 후원자들을 이를 보고 자발적으로 후원 여부를 판단한다.

초기에는 양질의 뉴스 콘텐츠 생산을 위한 유료화 작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언론과 크라우드펀딩을 결합한 ‘뉴스펀딩’이라는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토리펀딩 서비스를 처음 기획한 김귀현 카카오 스토리펀딩 파트장은 지난해 “미국에서는 3~4년씩 탐사보도해서 기사를 쓰고, 책을 내서 그걸로만 먹고 살기도 한다. 10년씩 잠입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 부러웠다. 그런 사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며 뉴스펀딩을 시작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3개월간 5000만원 모금을 목표로 시작된 뉴스펀딩 서비스는 이틀 만에 목표액을 초과했을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은 관심을 모았다. 뉴스펀딩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영화 ‘귀향’. 제작비 부족으로 곤란을 겪었던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은’ 2014년 12월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라는 이름으로 뉴스펀딩을 시작해 44일 만에 약 700만명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후원받아 당초 목표금액 1000만원을 초과 달성했다. 귀향 제작팀은 펀딩 마감 1년 뒤인 2016년 2월 영화를 개봉하며 후원자들에게 보답했다.

영화 '귀향' 제작팀의 스토리펀딩은 목표 금액을 25배나 초과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사진=카카오 스토리펀딩 홈페이지 캡처>

콘텐츠 유료화 모델에 대한 확신이 서자 2015년 10월 카카오는 기존 뉴스펀딩 서비스를 저널리즘·라이프·캠페인·아트·스타트업·출판의 6개 분야로 구성된 스토리펀딩으로 확대 개편했다. 초기에는 기존의 뉴스펀딩 후원자들을 중심으로 한 저널리즘 분야와 문학·음악·영화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스토리펀딩이 주를 이뤘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박상규 기자의 ‘셜록 프로젝트’가 이 분야의 대표적인 성과다.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의 미결 사건을 집중 취재해온 박 기자는 전직 형사, 변호사 등과 함께 팀을 꾸려 스토리펀딩을 통해 받은 월 400만원 가량의 후원금으로 여전히 탐사보도를 지속하고 있다.

◇ 중소기업, 농가, 과학기술 분야로 확산

현재도 스토리펀딩의 대부분은 문화콘텐츠나 개인 공예품 제작 등에 집중되어 있지만 최근 들어 점차 소개되는 프로젝트가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스토리펀딩을 통해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농가가 새로이 판로를 개척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가면서, 새로운 유통모델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스타트업 ‘단골공장’은 최근 반도체·물티슈 제조업체인 제이트로닉스의 물티슈를 후원 금액에 따라 직배송하는 형태의 ‘단골공장 프로젝트’를 제안해 목표액 100만원을 6배 이상 초과한 629만원을 모았다. 복잡한 유통과정을 줄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겠다는 ‘단골공장’의 아이디어가 후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것.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러한 형태의 스토리펀딩이 발전할 경우 인지도는 낮지만 역량 있는 중소기업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스토리펀딩은 알려지지 않은 농업 명인들의 품질 좋은 먹거리를 소개하는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NH농협과 농산물유통업체 ‘우리가’가 목표액 100만원으로 시작한 ‘거창 딸기 명인 프로젝트’는 최근 255명으로부터 약 800만원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오랫동안 한 곳에서 딸기 농사에 매진해온 지역 농업인의 딸기와 딸기잼을 후원액에 따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이밖에도 ‘우리가’는 아직 지역 농가에서 소규모로 생산 중인 다양한 품종의 사과를 소개하는 ‘사과, 어디까지 먹어봤니’ 프로젝트를 단독 진행해 약 880만을 모금했다.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인해 재배농가가 줄어든 품종의 농산물들이 스토리펀딩을 통해 재생산되면서, 지역 농가 활성화와 먹거리 다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것.

전자의수 제작업체 '만드로'의 스토리펀딩 화면. <사진=카카오 스토리펀딩 홈페이지 캡처>

최근 스토리펀딩 서비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과학기술분야의 스타트업이다. 예를 들어 숙명여대 엄윤설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다이애나 프로젝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열리는 스키로봇 챌린지에 출품할 휴머노이스 스키 로봇 ‘다이애나’ 제작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다이애나 프로젝트은 당초 목표금액인 1000만원을 초과한 1489만원을 모금하며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척추손상환자를 위한 착용형 로봇 ‘GRIPIT'를 개발 중인 서울대학교 바이오로보틱스 연구팀도 목표 모금액 200만원을 초과 달성했다.

과학기술분야 스토리펀딩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3D프린터로 새 삶을 출력하다’라는 제목으로 제안된 전자의수 프로젝트다. 3D프린터를 통해 저렴한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는 카카오 측의 제안으로 지난 2015년 스토리펀딩을 진행했고 목표금액 500만원의 두 배인 1042만원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토리펀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며 “사람들이 이 기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만드로는 스토리펀딩을 발판삼아 시리아 난민에게 전자의수를 제공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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