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가면 응원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진기사. 해당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진=노컷뉴스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지난 주말 화제가 된 ‘김일성 가면 응원’ 논란이 정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해당 사안을 최초 보도한 매체의 사과보도 이후에도 계속해서 비난을 지속하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지난 10일 밤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라는 제목의 사진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사진에는 남성 얼굴 가면을 쓴 채 손동작을 취하고 있는 북한 응원단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통일부가 11일 “해당 가면은 김일성 가면이 아니라 ‘휘파람’이라는 북한 가요를 부를 때 사용하는 남성 역할의 미남 가면”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계속 커져갔다.

야권도 해당 기사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11일 낮 12시 경 논평을 내고 정부에 “북한에 사과요구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으십시오. 못하겠다면 북한응원단을 당장 돌려보내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전 대변인은 통일부 해명에 대해서도 “북한 측 설명을 앵무새처럼 따라했습니다. 참 한심합니다. 누가 봐도 김일성 얼굴인데 통일부 눈에만 달리 보입니까?”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에서도 김철근 대변인이 11일 “북한응원단의 ‘김일성가면’ 응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부와 북한을 함께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도 11일 새벽부터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연달이 관련 글을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김일성 가면 응원에 대해 “문대통령을 호구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여정이 김정은 특사로 왔으니 김여정에게 즉각적인 사과 요구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통일부 해명이 발표된 이후에도 “통일부 김일성 가면 아니라고 쉴드칠 것이 아니라 김여정에게 사과를 요구해야 합니다”라며 해당 가면의 주인공은 김일성이 맞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란은 노컷뉴스에서 오보임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일단락됐다. 노컷뉴스는 11일 오후 1시36분 해당 가면 사진은 사실이 아니며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음을 알리고 “삭제한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거나 정파적 주장의 근거로 삼는 일이 없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노컷뉴스가 사과문을 게재한 이후 하태경 국민의당 의원은 김일성 가면이 맞냐 아니냐보다 김일성이 연상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처>

노컷뉴스의 사과문이 보도되자 김일성 가면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던 두 정당은 말을 바꾸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 의원은 11일 오후 9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일성 가면이 맞느냐 아니냐를 떠나 “가장 중요한 본질은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가면을 남북단일팀 응원도구로 쓴 것이 적절했느냐’ 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일성 가면이 확실하다는 이전 입장에서 뒤로 물러선 것. 하 의원은 “통일부의 발표처럼 미남배우의 얼굴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 ‘미남배우 얼굴’이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북한 기성세대에게 최고의 미남 기준이 바로 ‘김일성’이기 때문입니다”라며 김일성 가면이 아니라고 해도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입장변화를 보였다.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12일 BBS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얼굴 자체가 젊은 시절 김일성과 너무 판박이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가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 의원은 “이제까지 북한의 행위를 보면 체제 선전을 하는데 과거처럼 무식하게 무지하게 체제 선전을 하지 않고, 이제는 사회 흐름에 교묘하게 이용하는 그런 체제선전도 많이 발달이 된 상황”이라며 가면 논란에 대한 의혹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련 증언이 이어지며 김일성의 얼굴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탈북자 출신 가수 김복주씨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 정서상 신적인 존재다. 저렇게 초상화로 다루는 정서가 절대 아니다”라며 김일성 가면 의혹을 반박했다. 김씨는 “휘파람의 노랫말은 남자가 여성을 휘파람으로 불러냈다는 내용인데 그래서 미남형의 남자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통일부 해명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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