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세가 한 달 전에 비해 90% 가까이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가상화폐가 바닥을 알 수 없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가상화폐들은 이전 고가 기준 90% 이상 가격이 하락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투자자들은 손실된 원금도 문제지만, 반등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 1월 초반 최고점을 찍은 뒤 이후 급격하게 하락한 가상화폐 시세는 1월 중순 이후 잠시 횡보하며 반등의 타이밍을 잡는 듯 보였다. 가격 하락을 계속하던 가상화폐들도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저점을 다지고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2월 들어 잠시 주춤했던 하락세가 다시 속도를 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6일 오후 2시 현재 최저 662만원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6일 2888만원에 거래됐던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무려 77% 이상 폭락한 것. 그나마 비트코인에 비해 전망이 좋다고 평가받던 이더리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더리움은 지난 1월 10일 개당 243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75% 가량 하락한 62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문제지만 다른 가상화폐는 사정이 더 심하다. 일부 가상화폐는 90%가 넘는 손실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초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에게 입소문을 탔던 아인스타이늄의 경우, 당시 최고가가 3950원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264원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불과 두 달 만에 93%나 폭락한 것.

한 때 국내 투자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더리움으로부터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빼앗았던 리플의 처지도 말이 아니다. 리플은 지난 1월4일 4925원을 기록하며 5000원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현재는 당시보다 86% 하락한 694원을 기록 중이다. 이 밖에도 에이다,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 아더, 뉴이코노미무브먼트 등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졌거나 국내 투자자에게 선호받았던 가상화폐들도 대부분 한 달 전에 비해 80%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주요 가상화폐들의 국내 시세 변동폭. 지난 1~2개월간 최고거래가와 2월6일 최저거래가의 차이가 80%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료=업비트>

현재 계속되고 있는 하락세는 가상화폐 업계 안팎에서 연이어 터지고 있는 악재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가상화폐 및 거래소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난달 일본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체크’가 5600억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당하는 등 거래소 보안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달러화와 연동되어 가상화폐 거래에 쓰이는 ‘테더’를 발행·유통해온 비트파이넥스와 테더 홀딩스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해킹, 스캠코인(가짜 가상화폐), 거래 부정 등의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가상화폐를 위험한 도박판으로 보는 여론이 점차 확산됐다.

외부적으로도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했을 때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지나친 조치라며 비난했으나, 현재는 다수의 국가가 규제 조치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최근 “인도 정부는 불법적인 용도로 가상화폐가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규제 방침을 천명했다. 미국도 지난달 6억 달러 규모의 신규가상화폐공개(ICO)를 중단시켰다. 한국도 실명제 도입 등을 통해 강력한 규제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기관의 반응도 매몰차다. 블룸버그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시중은행이 자사 신용카드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시켰다. 국내 시중은행도 기존 거래관계를 맺어온 주요 가상화폐거래소를 제외한 다른 거래소에 대해 실명확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버틸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시세 상승기에 뛰어든 투자자들일수록 허탈감은 더 심하다. 한 투자자는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존버’가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포기 단계”라며 “수익률이 -50%를 넘어 내려가니 현실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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