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노동조합 최병욱 위원장

[이코리아] 박근혜 전 정부에서 실시하려고 했던 ‘공무원 성과연봉제’로 인한 공직사회 갈등이 지난해 말 봉합됐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과 정부가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 성과주의를 포함한 성과보상체계 및 인사제도 전반’에 대해 검토하기로 12월 14일 오후 5시 전격 합의한 것.

공노총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 대국민 행정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코리아>는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노조 사무실에서 국토교통부 노동조합 최병욱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지난 5일 <이코리아>와 만난 국토교통부 노동조합 최병욱 위원장이 '국민 행복'이 노조 활동의 최우선의 가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 노조위원장이자 공노총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많이 바쁠 것 같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난 한 해 국토교통부 직원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비롯, 공직사회 성과연봉제 폐지, 공무원노조법 개정 추진 등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지난 일 년 동안 각 지방국토관리청, 지방항공청, 항공교통본부, 국토관리사무소, 홍수통제소 등을 다니며 노사 간담회를 열어 직원들의 애로사항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또 공노총 수석부위원장으로서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성과주의 저지에 힘썼다. 공공성이 생명인 공적 업무엔 성과주의 도입이 적합하지 않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을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섰다. 공무원노조법은 제정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단 한차례의 개정도 없었다. 더욱이 공무원의 노조활동을 가로막는 독소조항도 여럿 있다.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국회와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조금씩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나.

“지방 국토관리사무소 현장직 공무원들을 위한 도로관리수당 지급 결정을 이끌어 냈다. 올 1월부터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여기엔 정부가 최초로 국토부 도로 현장업무를 위험직군으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현장직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성과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보다 열심히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도 막아냈다. 국토부는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무를 담당한다. 따라서 제대로 알고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국토부 출신 공무원을 차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뜻을 전달해 관철하는 성과를 냈다.

이 덕분인지 지난 해 국토부 노조는 중앙부처 최초로 2년 연속 노사문화 우수기관 인증을 받았다. 앞으로도 소통과 견제, 협력과 투쟁 간 균형 속에서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창달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공직 사회 ‘뜨거운 감자’였던 성과연봉제가 지난해 말 인사혁신처와 새롭게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그 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성과연봉제 폐지를 논의하기 위한 기구가 구성돼 지난 1월 18일 첫 회의를 시작했다. 더불어 대정부 교섭도 10여년 만에 시작됐다. 그동안 중단됐던 노사 간 소통의 채널이 가동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공노총이 공무원 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우선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핵심 당사자인 공무원 노동자와 아무런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공무원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됐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의 공적 업무를 단순한 성과의 잣대로 측정하겠다는 자본주의 논리의 연장선이란 점이다. 공적 행정 업무에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면 ‘국민 행복’이란 공무원 본연의 임무는 도외시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무원이 ‘철밥통’이면서도 편하게 일한다는 인식도 있다. 이 때문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실과 다소 다른 점이 있다. 공무원이 직업공무원제로 인해 안정적인 건 사실이지만 ‘철밥통’이라고 볼 순 없다. 현행 인사규정을 보더라도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은 규정에 따라 파면, 해임 등의 조치를 받는다. 따라서 절대적 안정이 아닌 상대적 안정으로 봐야 한다.

섣부른 성과연봉제 도입은 공공성 저하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시에 근무하는 주민센터 공무원과 시골에 배치된 읍면사무소 공무원의 성과는 분명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성과주의 측면에선 더 많은 주민을 상대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골에 배치된 공무원이 도시지역 공무원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국민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성과만을 중시한다면 당장 교통범칙금 발급이 급증할 수 있다. 공공성 향상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성과주의를 도입한다면 오히려 국민 불편만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현장 공무원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공노총과 함께 성과연봉제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이를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과 얘기하고 있는 최병욱 국토부 노조 위원장(사진 오른쪽)

▶현 정부의 공무원 증원 방침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무척 반갑고 고맙다. 사회복지직과 소방, 경찰 공무원의 경우, 현재 인원이 절대 부족해 증원이 시급하다. 국토부 역시 국토관리청에 배치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원 대비 현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부서도 있다. 따라서 공무원이 증원 돼 적재적소에 투입된다면 더 좋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계획을 보면 소수의 임기제 공무원,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뽑는 내용도 있어 안타깝다. 다음 공무원 증원 시엔 정규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행정 전문가로 육성하는 방안이 마련되길 소망한다.”

▶지난 2016년 대통령 표창, 경북도지사 감사패를 받았는데 어떤 공로인가.

“공무원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장하고 꾸준히 실천해 온 것이 평가를 받은 듯하다. 공무원은 공익보다 수익성을 더 추구하는 일반 직장인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 공무원은 공공의 행복과 사회적 약자의 보호와 같은 ‘바람직한 것’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손해를 감수 하더라도 보편적 복지·편의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사기업의 경영 방식을 함부로 도입해선 안 된다.

특히 보다 나은 정책 수립을 위해 일선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일선 공무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목소리를 최 일선에서 듣는다. 정책의 성패를 가름할 민심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 노조가 일선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잘못된 정책에 대한 수정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국가행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여기에 포커스를 두고 노동운동을 하며 공무원 노조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저의 노력과 실천이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대통령 표창, 경북도지사 감사패란 무거운 짐을 주신 것 같다.”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참여했었는데 느낌이 어땠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 더욱이 국토부를 대표하는 주자로서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성화를 전달 받고 보니 성화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국가 대표 선수가 된 것 마냥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더라. 세계에서 가장 긴 옥상정원으로 기네스 인증을 받은 정부세종청사 옥상의 세찬 바람에 ‘성화가 꺼지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무사히 다음 주자로 인계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바람직한 공무원 노조 활동을 제시한다면

“무엇보다 대한민국 공무원이 기본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고 제대로 된 ‘국민 섬김’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정부 정책은 국민을 시험대에 올리는 연습의 자리가 아니다. 가장 먼저 정책의 현장 반응을 체감할 수 있는 일선 공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 피드백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뤄져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공무원 노조 활동은 여기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실제 공노총은 지금까지 임금인상 등을 위한 단체행동을 펼친 적이 없다. 공무원 노조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공공성이 훼손되거나 위협을 받을 때 마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께서 부디 공무원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는다고 보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국민을 대변해 국민 여러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집단으로 바라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또 공무원 노동운동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되면 국민 여러분께서 언제든지 따끔한 채찍도 들어주시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충언도 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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