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 1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본회의에 참석 중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법무부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법무부는 지난 1일 서지현 검사가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보낸 면담 요청 e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불과 두 시간 만에 메일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지난해 8월 피해사실을 전달하고 장관님께 직접 메일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장관님께서 답장을 보내 법무부 인사를 만나보라고 했다. 지정한 사람을 만나 진상조사를 요청했지만 이뤄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다음날 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뉴스1이 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익명의 법무부 고위관계자는 “장관이 혹시 못 보고 지나친 것일 수도 있어 메일을 다시 확인했는데 (서 검사로부터) 받은 메일이 없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피해사실 보고받은 후 박 법무장관이 법무부 인사담당자에게 서 검사와 만나보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리에서 진상조사를 요청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자칫 메일 수신 여부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었지만, 법무부가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종료됐다. 법무부는 “서 검사로부터 이메일로 면담요청이 있어 법무부 담당자에게 면담을 지시한 사실을 알려주며 서 검사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고위관계자는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박 법무장관이 오후에 다른 이메일(계정)을 확인하다 (서 검사가 보낸) 메일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서 검사 메일 수신 여부를 두고 법무부가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의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할 법무부가 확고한 진상조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누리꾼은 “법무부의 수장조차 피해자의 요청에 안일하게 대응하다니 실망했다”며 “‘적폐청산’이라는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난달 31일 이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 법무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이 수십 건 이상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검찰은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은폐한 박 장관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의 본질은 가해자인 안태근 점 검사와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인데, 초점이 법무부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누리꾼은 “박 장관의 대처가 미흡했던 것은 맞지만 (가해자들과) 공범수준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박 장관이 메일을 받지 못했다는 최초 보도는 법무부 공식입장이나 박 법무장관 본인이 아닌 익명의 ‘법무부 관계자’를 인용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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