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소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처리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회가 지난 30일 본회의에서 소방안전 관련법 3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제천·밀양에서 잇따른 화재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다급하게 법안 처리에 나섰다며 국회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소방기본법 개정안·도로교통법 개정안·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등 소방안전과 관련된 법안 3건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하루 만에 통과했다. 이날 통과된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방해하는 차량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를 금지하고 위반 시 일반 금지구역의 2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소방청장이 방염처리업자의 능력을 평가해 공시하도록 하는 등 소방시설업자의 안전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과된 소방안전 관련법안 3건 모두 오랫동안 국회에서 방치돼왔다. 소방기본법 개정안과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11월 발의됐으며,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지난해 3월 발의된 법안이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발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본회의 통과에 무려 327일이 걸렸다. 다른 두 법안은 약 400일이 넘도록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다.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소방안전 관련 법안들이 통과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제천 화재 덕분이다. 400여일 가량 계류 중이던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10일 만에 소관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도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이처럼 재난·재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법안들을 미뤄두다, 급박한 사태가 발생해서야 통과를 서두르는 국회의 늑장 대처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왔다.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국회에서는 약 50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중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재차 지진이 발생할 때까지 통과된 법안은 겨우 6건 정도다. 당시 통과된 법안 중 하나인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발의된 뒤 9개월간 국회에서 계류하다 12월8일에서야 겨우 통과됐다.

해사안전 감독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해사안전법 개정안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급속 처리된 법안 중 하나다. 이 법안은 2013년 12월 발의된 뒤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2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가 늑장 국회의 원인제공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20대 국회 전체 법안 처리율이 25.6%인데 비해 법사위 고유 법안 처리율은 15.7%에 불과하다. 법사위로 인해 법안 처리 지연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 문제가 반복되면서 법안 처리기간 단축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실제로 20대 국회 상임위별 법률안심사소위원회 개회일을 조사한 결과, 조사기간 431일 중 법안소위가 열린 날은 겨우 17.3일(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기국회기간인 9~12월에 법안소위가 집중되면서, 그 외 기간에는 입법 활동이 사실상 멈추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구분하지 않는 상시국회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수시로 회의를 열고 필요한 법안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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