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이 17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찾아 점주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부는 프랜차이즈 비용 및 임대료 부담을 낮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르는 자영업자 부담을 경감시킬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새해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되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인원을 감축하거나 근무시간 단축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정부도 대안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18일 임대료 제한 및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향후 상가 임대료 상한선을 9%에서 5%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또한 임대료 관련 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세입자와 상생협약을 맺은 건물주에게 지방세 감면 등의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 일부 언론은 비판적이다. 뉴시스는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며 건물 상권의 차이를 무시한 일괄적인 임대료 상한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건물주가 정부 대책에 대응해 임대료를 미리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임대료 부담은 인건비 부담에 비해 비중이 적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행한 ‘2015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를 인용하며 “매출 대비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식재료비(40.6%), 인건비(본인과 가족 포함·24.7%)였다. 임대료(8.2%)는 인건비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정부 정책이 실효성이 없을 것임을 지적했다.

◇ 높은 인건비, 낮은 임대료?

실제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과 업종을 막론하고 임대료 부담은 인건비의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 인건비 18.8%, 임대료 12.0%로 격차가 줄어들지만, 전북의 경우 인건비 18.6% 임대료 5.4%로 무려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임대료가 높은 역세권이나 유흥상업지의 경우에도 임대료 부담은 인건비 부담의 70%를 넘지 못했다. 최저임금이 약 16%나 상승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의 절반 수준인 임대료를 손본다는 것이 얼마나 체감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눈을 ‘영세 자영업자’로 돌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외식업체 매출액을 5분위로 나눠 각 구간의 임대료 및 인건비 비중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평균 연매출액 2480만원인 매출액 1분위(하위 20%) 외식업체의 인건비 부담은 약 8.0%인 반면 임대료는 14.0%를 차지했다. 영세 업체의 경우 종업원을 소수만 고용하거나 아예 고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 매출액 2분위(하위 40%) 외식업체는 인건비와 임대료가 모두 11.7%를 기록했다. 반면 평균 연매출이 3억5833만원인 5분위(상위 20%)의 경우 임대료 부담은 8.2%인 반면 인건비 부담은 17.6%로 큰 차이를 보였다. 5억원 이상으로 한정할 경우 인건비는 20.9%, 임대료는 5.8%다.

매출액 3800만원 이하의 영세 외식업체의 경우 임대료 부담이 인건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는 결국 최저임금과 임대료 부담이 규모에 따라 달라짐을 의미한다. 규모가 큰 점포일수록 인건비를 더 부담스러워하지만, 영세업체일수록 인건비보다는 임대료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높은 연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점포일 경우, 임대료 조정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정부 방침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게는 정부의 임대료 제한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보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일 수 있다.

◇ 프랜차이즈 비용에는 함구하는 언론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을 끄는 부분은 지출 비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식재료비다. 식재료비는 업종과 지역, 규모를 불문하고 대부분 4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독립점포를 운영하는 경우 식재료는 유통업체를 통해 들여오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대부분의 식재료를 본사를 통해 구입한다. 만약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식재료 유통구조에 개입해 부당하게 이득을 늘린다면, 인건비나 임대료보다도 높은 부담을 자영업자가 짊어진다.

이는 단순히 가설만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BBQ는 가맹점에 올리브유를 제공하는 유통경로에 윤홍근 회장의 가족이 100%의 지분을 가진 ‘에이치와이’라는 중간업체를 끼워넣어 부당 이득을 챙긴 바 있다. 기존에는 ‘롯데푸드→BBQ→가맹점’의 과정이었던 것이 ‘영미산업→에이치와에→BBQ→가맹점’으로 변경되면서 올리브유 가격이 15kg에 12만원까지 상승한 것. 이 부담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됐다.

BBQ는 프랜차이즈 갑질, 유통마진 등으로 논란이 일자 지난해 7월 정부 정책방향을 수용하겠다며 '패밀리와 BBQ의 동행'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분석 결과, 새해 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 중, 프랜차이즈 비용 문제를 지적하거나 본사도 최저임금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는 소수에 그쳤다. 주간경향은 ‘소수’에 해당한 경우로 “애꿎은 최저임금에 왜 독박을 씌우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지출 내역을 분석하며, 가맹본부에 전체 매출총이익의 34.3%가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비용이 인건비 못지않은 부담이라는 것. 주간경향은 또 임대료에 대해 자영업자들이 저항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상가권리금 회수 문제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세 자영업자에게도 최저임금 인상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세할수록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과 과도한 프랜차이즈 비용이 인건비보다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부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비용을 통해 최저임금 연착륙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또한 19일 “가맹본부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나눠야 한다”며 가맹점과 가맹본부의 상생 노력을 촉구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한 언론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부 방침이 영세업자들의 무거운 어깨를 펴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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