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구원(25)은 스무살 때 연기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21~22세에 공부해 중앙대 연극영화학과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수능성적도 언어영역 3개, 외국어영역 1개 문제만 놓치며 1등급으로 올라섰다. "이번에 대학을 떨어지면 군대에 가겠다"는 심정으로 준비했다.

그렇게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후 만난 첫 작품이 영화 '전설의 주먹'이다. 대한민국 첫 1000만 관객 영화인 '실미도'를 만든 강우석(53) 감독이 연출했다. 학창시절 주먹으로 학교를 평정한 1진 '이상훈'역으로 유준상(44)의 청소년 시절을 연기했다.

첫 연기, 성인연기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강 감독에게 세심하게 연기를 배우면서 발음 교정에도 힘썼다. '파이터'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인만큼 체력 강화가 가장 힘들었다. 구원은 "캐스팅된 후 3~4개월 액션스쿨을 다녔다. 줄넘기 300번씩 하고 1시간을 뛰어다녔다. 정두홍 (무술)감독님에게 혼도 많이 났다"며 웃었다.

파김치가 돼 촬영 도중 기절하기도 했다. "오전 여섯시에 현장 콜이라 네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다. 그날은 열두시간 촬영이었다. 점프하면 머리가 닿을 정도로 천장도 낮고 장소도 좁았다. 뿌연 효과를 내려고 스모그까지 나오는 열평 남짓한 공간에 서른명이 들어가 촬영해야했다"고 전했다.

"서른명이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뱉으니 공기가 부족했다. 또 그날 유난히 내 액션신이 많았다. 주먹질 10분하는 것보다 발차기 1분하는게 힘든데 내 기술이 발차기였다. 그날만 쓸 수 있는 술집이라 하루에 촬영을 끝내야 했다. 긴장의 끈을 붙잡고 촬영했다."

"나중에는 정 감독님이 예민해져서 강 감독님이 자리까지 비켜줬다. 쉴 틈 없이 촬영이 계속됐다. 마지막 부분에 상대방이 내 머리를 잡고 흔드는 신이 있는데 내가 박자를 잘 못 타서 또 혼이 났다. 숨은 막혀오고 열시간 넘게 촬영은 계속되고 밥도 한끼도 못 먹어서 탈진한 상태였다. 구역질까지 나더라"고 회상했다.

구원은 "이를 악 물고 내 촬영 분량을 마치고 숨을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보려고 계단에 올랐다. 그리고, 기억이 없다. 내 기억에는 잤다고 생각했는데 기절했었나 보다. 눈을 뜨니 바지도 찢겨 있었다. 내가 숨을 못 쉴까봐 그랬다더라. 20분 정도 기절했던 것 같다. 힘들어서 밖에 나가서 숨을 쉬었는데 기절을 해버렸다. 처음에는 형들도 꾀병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전했다.

좁은 술집에서의 단체 액션 신. 전날 무술 조감독과 짰던 합을 촬영 당일 정 감독이 취소해버렸다. 리얼리티가 안 산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에서 바뀐 액션의 합을 바로 익힐 방법이 없어 진짜로 때리고 맞을 수밖에 없었다.

구원은 "정 감독님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자리에서 액션을 싹 바꿨다. 우리뿐 아니라 전문 액션배우들도 많이 긴장했다. 그러더니 실제로 때리고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계속 때리고 맞다보니 정신은 없고 무서워졌다. '한 번 쉬면 안 될까요?'라는 말을 0.1초마다 생각하며 1000번을 넘게 참았다"고 토로했다.

기절 사건 이후 "형들이 '약한 애' '만날 센 척 하더니' 등 너무 놀린다"고 억울해한다. "그날 내 몸이 가장 많이 움직였다. 키도 커서 천장에 머리도 계속 부딪히고 혹까지 났다. 코에 난 상처는 아직도 있다. 의자를 밟고 액션을 하는 장면 때문에 몸이 만신창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감독님도 모니터를 치우고 밖으로 뛰어 올라왔다더라. 기억이 안 난다."

구원은 "그래도 기절해서 원래 따뜻한 말을 해주는 분이 아닌 정두홍 감독님에게 마사지까지 받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촬영 다음날 또 촬영이 잡혔는데 민망해서 미리 연락을 했다. 괜찮다고. 그런데 지금도 놀림을 당한다. 나는 절대 연약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기절까지 하면서 찍은 장면인데 너무 빨리 지나가서 개인적으로 아쉽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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