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뉴시스>

[이코리아]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이 한국과 UAE 갈등설과 관련, 이명박 정부 당시 비밀 군사 협정을 맺은 사실을 시인했다.

김 전 정관은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UAE에서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군이 자동 개입하는 군사협정을 내가 주도해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한국과 UAE 갈등설의 진원지가 MB정부 당시 맺은 비밀 군사협정 때문이라는 의혹에 대해 “이면 계약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태영 전 장관은 UAE와 비밀 군사협정을 맺은 이유에 대해 UAE  “UAE 측은 한국이 UAE의 안보를 위해 무엇에 기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 UAE는 돈이 많고 땅도 넓지만 인구가 600만 명 정도밖에 안 돼 안보에 늘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UAE의 구체적인 요구 조건에 대해 “UAE에 군사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한국군이 UAE에 와 주는 거였다. 평소엔 UAE군의 훈련을 돕거나 무기를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UAE에서 위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만약 발생해도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UAE가 마련한 시설에서 한국군이 교육·훈련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파병도 반드시 군사적인 위협 때문에 하는 것만은 아니다. 양국의 국익에 도움 된다면 파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의 이런 판단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1년 1월11일 UAE에 아크부대 1진을 파병했다. 하지만 국회 비준은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국회의 비준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제일 큰 문제는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책임을 지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 실제 문제가 일어나면 그때 국회 비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번 논란의 주요 당사자로 송영무 국방장관을 지목했다. 김 전 장관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UAE에 간 줄도 몰랐다. 나한테 전화라도 한 번 했으면 한국과 UAE의 관계에 관해 설명해 줬을 것이다. 아마 적폐청산한다며 과거 문서를 검토하다가 비공개 군사협약을 오해한 거 같다. 꼼꼼히 따져봤다면 안 해도 될 행동을 UAE에서 한 것 같다. (송 장관이) UAE에 가서 약속을 바꾸자고 하자 UAE 왕실이 자존심이 상해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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