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대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이코리아] 남북 고위급회담에 대해 미국이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지지 이면에는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다. 트럼프 특유의 ‘줄 건 주되 받을 건 반드시 받아낸다“는 협상 전략이 이번에도 발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신년 모임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남북 간의 대화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남북대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며 “대화를 통해 뭔가 도출되거나 일어난다면, 인류 전체에게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남북 대화가 올림픽 이상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한다. 적절한 시점에는 우리도 관여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남북회담이 평창올림픽 이상의 논의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는 항상 대화를 믿어왔다.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지만, (대화는) 절대 할 것이고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지난 2일 “김 위원장의 대화에 대한 진정성에 회의적이다”라고 밝힌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 트럼프, ‘남북대화는 우리 작품’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남북회담이 미국의 작품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북이 올림픽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큰 출발이다.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남북은 지금 올림픽에 대해 대화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하지 않았거나,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강조해온 강력한 대북제재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일종의 자화자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제재와 ‘압박’이 북한에 큰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북한)병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으로 탈출하고 있다. 로켓맨(김 위원장)도 처음으로 한국과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마이크 폼페오 국장 또한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에 응한 것에 대해 “북한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목이 졸려 숨 쉴 공기를 찾기 위해 수면 위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오 국장은 이어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이 두려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정부, 대북 강경노선은 유지

트럼프 정부 고위 관료의 최근 발언을 살펴보면, 납북 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7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남북대화에 대해 환영의사를 표하면서도 “(북미대화는) 하룻밤 새 일어날 수 있지 않다”고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또 “북한은 군사 실험을 멈추고 핵무기 금지에 대해 논의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북미대화보다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헤일리 대사는 “내 책상에도 핵단추가 있다”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반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너무 오만해져서 핵전쟁을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현실을 깨닫지 못하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옹호론을 펼쳤다. 폼페오 국장 또한 “그 트윗은 우리가 북한과 소통하려는 바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새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2일 북한 신년사에 대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미국은 확실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고위급 회담이 북미관계로 훈풍이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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