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개인투자자의 수익 인증.  아인스타이늄을 구매한 이 투자자는 순식간에 2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코리아] 지난 10일 한 누리꾼이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린 가상화폐 관련 글이 화제에 올랐다. 해당글에 따르면 이 누리꾼은 최근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모아둔 돈 2억원을 모두 아인스타이늄(EMC2)이라는 가상화폐를 매수하는데 투자했다. 아인스타이늄은 12월14일 현재 코인마켓캡(coinmarketcap.com) 기준 시가총액 41위의 소위 ‘잡코인’으로 한 달 전만해도 개당 100원을 넘지 않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인스타이늄은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 7일 3900원에 거래되며 무려 40배 이상 시세가 상승했다.

이 누리꾼이 아인스타이늄을 매수할 당시 시세는 개당 약 2500원. 시세상승을 기대했던 누리꾼의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곧 40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였던 시세가 갑자기 곤두박질치며 1300원대까지 내려간 것. 이 누리꾼은 “전세자금 하려고 몇 년을 모은 돈인데, 내가 미쳤었나 보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감이 오지 않는다”며 글을 맺었다.

가상화폐 투자 성공담이 확산되면서 ‘한방’을 노리는 개미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처럼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실패담도 줄을 잇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시장에서 부동의 시가총액 1위를 기록 중인 비트코인은 올해 초 개당 100만원 수준이었지만 12월14일 현재 약 1800만원 이상의 시세를 기록 중이다. 과거 장난삼아 여윳돈을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수십배의 수익을 올리며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이러한 성공담의 주인공이 되기를 꿈꾸는 투자자들은 이제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가상화폐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가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올라 기대만큼 큰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 투자자들은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시세가 낮고 거래량이 적은 가상화폐에 거액을 투자하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신생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추가 매수를 시도했다가, 시세가 다시 제자리를 찾으면서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6월 발행된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SNT)에 6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가 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글을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렸다. 현직의사라고 밝힌 이 누리꾼은 “1년에 2억 벌고 현직의사지만 땀흘려서 번 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걸 보니 암담하다”며 “절대 몰빵하지 마라. 분할투자는 필수다”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가 일반적인 금융상품과 달라 손실 규모에 한계가 없다며 신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24시간 운영되는데다 시시각각 엄청난 폭으로 등락을 반복해, 자칫 잘못된 확신으로 큰돈을 투자할 경우 손실을 입기 쉽다. 특히 어느 정도 시장의 인정을 받고 다수의 이용자들이 거래하는 시가총액 상위의 가상화폐와는 달리 고수익을 노리고 신규 가상화폐에 ‘올인’할 경우 위의 사례처럼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시가총액 상위의 가상화폐에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나는 가상화폐로 3달 만에 3억 벌었다’의 저자 빈현우 작가는 지난 10월 한 강연에서 “(시가총액) 20위 내에 있는 가상화폐라면 시장 전문가나 기술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검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100위 이하인 가상화폐를 싸다고 투자했다가는 자칫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빈 작가는 이어 “단타를 하면 투자금액이 제로로 수렴한다”며 “장기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시가총액 상위의 가상화폐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3위에 올라 있는 비트코인캐시는 지난달 초 개당 130만원에서 280만원 사이를 오르내리며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갑작스러운 상승세에 비트코인캐시를 구매했던 투자자들은 불과 2시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시세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폭락하는 동안 거래소 서버가 다운되면서 매도할 기회조차 잃어 피해규모는 더 확대됐다.

게다가 10%정도의 등락은 수시로 발생하는 가상화폐 거래시장의 특성 상 장기투자의 결심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지난 10일 비트코인이 개당 2400만원에서 1400만원까지 폭락해 다수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앞 다투어 매도했지만, 14일 현재 비트코인은 미국 가상화폐 선물시장 등의 호재를 타고 1800만원까지 회복된 상태다.

한 누리꾼은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 “다 없어져도 인생에 아무 지장없는 만큼의 금액만 가지고 놀아라”라며 가상화폐 투자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라고 조언해 많은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는 증권시장처럼 급락세를 제어하기 위한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 등의 안전장치가 없다. 비트코인처럼 예측할 수 없는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의 사례처럼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브레이크 없는 시장에 인생을 걸기 전 한 번 더 고민해보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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