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고 박태준 명예회장 6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포스코 회장 교체설’에 대해 “그런 소문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권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방중 사절단에 오인환 포스코 사장이 대신 참여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는 언론의 관심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오기도 엿보인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권 회장의 침묵에 대해 “권 회장은 전임 정준양 회장 시절 잦은 M&A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포스코를 일으켜 세운 공로를 인정받고 싶어한다”며 “권 회장의 침묵은 공로를 무시하고 흔들어대는 외부 세력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권 회장 자신은 교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반신반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정황 증거가 지난 7월 청와대 호프미팅이다. 권 회장은 지난 7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련한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 자리에 참석했다. 만약 미운털이 박혔다면 이때 참석하지 못했을텐데 그렇지는 않았다. 교체설이 본격적으로 나돈 것은 문대통령 외국 순방사절단에 권 회장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외부세력이 교체설을 퍼뜨리며 권 회장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한다. 포스코는 권 회장이 수장을 맡은 후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실적도 향상됐다는 점에서 교체설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체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과거 정권과의 유착 의혹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서는 권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만큼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포스코는 최순실의 K스포츠·미르 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것 외에 여러 건으로 권오준 회장이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포스코 수장에 권오준을 앉힌 실세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최순실이라는 구체적인 제보가 있다”며 최순실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정도였을 뿐 확산되지는 않았다. 똑같이 교체설이 나돈 케이티 황창규 회장의 경우, 여당에서 공격의 강도가 훨씬 셌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황창규 회장 연봉이 2년간 평균 2배씩 오르는 동안 직원 8100명이 구조조정됐다”며 노사관계를 질타했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도 “회장직을 그만둘 의향이 있느냐”며 따졌다.

실제로 황창규 회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티 노조 관계자는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황 회장이 최근 이사회를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 퇴임 명분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권오준 회장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여당의 압박도 황창규 회장처럼 직접적이지 않고 강도도 훨씬 약하다. 주목할 점은 ‘시그널’이다. 역대 정권은 포스코 수장을 교체할 때 일종의 ‘시그널’을 줬다. 이구택 회장은 이사회를 거쳐 합법적으로 연임됐는데도 시그널을 받고 중도 사퇴했다. 사퇴하기 전날 세무조사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 이회장의 집으로 우르르 몰려갔고, 이 회장은 백기를 들었다. 정준양 회장은 시그널을 주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무너졌다.

그 포스코 수장 잔혹사가 권오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권 회장의 의중은 일단 ‘마이웨이’로 읽혀진다. 아직 시그널이 오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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