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지난 6일~10일 동안 1천만원의 등락폭을 기록하며 문제를 드러냈다. 사진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비트코인이 지난 5일간 엄청난 등락폭을 보이자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몇 달간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 왔던 비트코인은 지난 6일부터 폭등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6일 약 1400만원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8일 약 25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8일 오전 최고점을 기록한 비트코인은 급작스레 올라온 것과 같은 속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8일 정부에서 가상화폐의 국내 거래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하락세를 부채질하면서 결국 비트코인은 10일 오전 기존 가격인 1400만원까지 다시 떨어졌다. 2일 만에 1000만원이 올랐다가 다시 2일 만에 그만큼 내려간 것.

 

◇ 지나친 변동성, ‘화폐’ 기능 어려워

이처럼 비트코인이 또 다시 단기간에 엄청난 등락폭을 보이면서 미래 화폐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화로서 인정받기에는 지나치게 변동성이 크기 때문. 유시민씨는 지난 7일 JTBC ‘썰전’에 출연해 “화폐의 기본적인 조건은 '가치의 안정성'이다. 가치가 요동치면 화폐로서의 기능을 잃는다”며 “세계 각국은 화폐가치를 안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은 그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변동성이 큰 통화는 가치척도이자 교환의 매개라는 기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판매점에서 지난 6일 1 비트코인을 받고 14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판매했다면 그 판매점은 이틀 뒤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1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얻게 된다. 반면 구매자는 1400만원짜리 자동차를 2400만원에 구매한 셈이 된다. 이럴 경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부담하면서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기존 통화처럼 국가와 같이 신용을 책임지는 중앙발행기관이 없으며, 거래에 참여한 이용자들의 수요 공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화폐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 비트코인, ‘화폐’ 아닌 ‘무기명 자산’

반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통화가 아닌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더 일반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상품리서치 수석은 지난달 29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상품이다. 달러화에는 미국 정부가 책임지지만, 상품은 책임성이 없다”며 가상화폐를 통화가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는 무기명 자산이며, 금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왜 사람들이 가상화폐에 그렇게 적대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비트코인 선물시장을 공개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또한 지난 10월31일 “비트코인, 금, 불환화폐의 진화하는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가상화폐를 금과 같은 가치저장수단으로 규정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는 이 글에서 “비트코인은 절대 공급량이 급증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변동성이 심하지만 금과 같은 가치저장수단으로 인식된다”며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가치보존력이 뛰어난 통화는 교환수단으로는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는 이어 “비트코인 관점에서 본 소비자 물가의 변동성은 과도해 회계단위로 사용하기 어려우며, 후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나라별 세금 부과 체계 달라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하고 관련 법안도 이미 마련된 국가에서도 이러한 논란 때문에 가상화폐의 정의는 제각각이다.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할 경우 거래 시 소비세를 부과할 수 있고, 매매로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반면 화폐로 인정될 경우 별도의 세금을 부과할 근거가 없다. 현금을 보유했다고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의 경우 자금결제법에서 가상화폐를 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가상화폐는 법정 통화가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가상화폐 거래에 부과되는 8%의 소비세를 폐지해 사실상 가상화폐를 통화로 인정했다. 영국과 스웨덴도 가상화폐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하며 가상화폐도 화폐의 일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독일, 호주, 싱가포르 등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며 이를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상화폐를 재산적 가치를 지닌 무형자산이라고 보고 있지만, 주마다 판단이 다르다. 플로리다주 법원은 지난해 7월 “가상화폐는 현금이나 금같이 침대 아래 숨길 수 있는 실물자산이 아니다”라며 가상화폐는 통화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같은해 9월 뉴욕주 연방법원은 “비트코인은 재화와 서비스의 지급수단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은행 계좌에서 직접 교환이 가능해, 연방법상 화폐와 자금의 정의에 해당한다”며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 중국 러시아는 전면 금지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볼 것인지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애초에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내리고 규제에 나설 경우 오히려 가상화폐에 공신력을 더해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를 자산이나 화폐로 규정하기보다는 아예 불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 유사수신행위로 단속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법무부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중국, 러시아 등은 가상화폐를 정의하고 규제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전면 금지하는 길을 선택했다. 정부가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거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릴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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